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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포럼] '부실시공 책임전문가 최고사형' 입법 타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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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포럼] '부실시공 책임전문가 최고사형' 입법 타당한가

입력
1999.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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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의원이 마련한 '반신뢰 부정확부실전문가 처벌을 위한 특별법안'은 부실공사로 인한 건축물 또는 시설물붕괴로 300명 이상이 사망해쑈거나 부정식품을 제조·유통시켜 100명 이상이 사망했을 경우 사형에 처하도록 하는 규정 등 이 포함되어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부실시공자 등에 경종을 울리는 법이라며 환영하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찬성/이건개 자민련 국회의원

새로운 세기를 여는 역사적인 시점에서 우리 나라를 부국강병의 나라로 만들기 위해 최우선 순위로 필요한 것이 전문지식인의 참된 의식혁명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2000년대 세계 선진대국으로 진입하기 위해 전진을 거듭해왔지만 한국은 일하는 것이 부정확하고 부실하여 대형사고가 제일 많이 발생하는 나라로 낙인찍혀 있어 국가도약이 한계에 처해 있다.

각종의 대형참사사고와 의료사고의 원인을 보면 대부분 인재라서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각종 사고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철저하고 정확하게 일을 해야하는 전문지식인들이 직분에 따른 사명의식이 부족하고 일을 대충 처리해도 된다는 안이한 의식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건축물 등 붕괴사고, 의료사고, 수사사고, 부정식품사고, 가스사고 등의 원인이 된 반신뢰부정확사범에 대한 현행 법규를 보면 처벌이 매우 경미하다. 실례로 형법에서 업무상과실치사상죄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어 경고적 예방효과가 없다. 건축법도 부실공사로 인한 사고의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을 뿐이다.

특히 부실건설 관련 처벌법규가 별도로 존재하지만 그 형량이 사형에 이르지 못함으로써 경고적 예방효과가 전혀 없다. 이러한 경미한 처벌법규로 인하여 94년 성수대교붕괴, 95년 삼풍백화점붕괴 올해 9월 부산 황령산 터널붕괴사건 등을 야기한 반신뢰, 부정확, 부실사범에 대해 1년 이내의 경미한 개별적 처벌이 가해졌고 반신뢰 부정확의 행태를 근절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아울러 지난 50년간의 역사를 보면 부정확하고 부실한 수사로 인신구속을 남용, 인권을 침해한 사례가 비일비재했으며 특히 정권교체기에 더욱 심했다. 이같은 병폐를 제거하는 것도 이번 특별법안의 또 다른 목적이다.

건설·의료·수사·가스공사·식품제조·의약품제조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의 부정확과 부실한 행태 그리고 믿을 수 없는 반신뢰의 행태를 제거함으로써 2000년대에는 「대한민국 국민이 일하는 것이 세계에서 제일 정확하고, 제일 믿을 수 있다」는 세계적 신뢰도를 창출하여 선진한국의 기상을 높여야 한다.

-반대/이학춘 동아대교수 법학

이 법안은 일시적으로 국민으로부터 호응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나 엄청난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악법이라고 할 수 있다.

첫째, 이 제도는 사형에 처할 수 있는 요건을 사망자수에 의하여 결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형법의 기본원칙조차 무시한 발상이다. 형벌이란 구체적으로 해당자의 범죄 의사(고의), 발생한 결과와의 인과관계, 그리고 위법성이라는 구성요건을 충족시키는 경우에 가해질 수 있다. 만일 사형이 사망자 수에 의하여 결정된다면 사망 시기에 따라서 형량이 달라지게 되는 모순이 발생하게 된다.

둘째, 형사책임 대상자를 관련책임전문가 또는 감독담당관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그 범위의 확정이 대단히 곤란하다. 이 규정으로 인하여 해당 회사의 총수 또는 사장이 아니라 하위직 직원이 속죄양으로 선택되어 형사처벌 또는 사형까지 감수해야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의료사고를 일으킨 의사에 대하여 형사처벌과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하는 규정도 문제다. 원안대로 발효되면 의사들은 형사처벌과 자격정지에 대한 공포 때문에 중환자에 대한 의료행위를 기피하고 모두 대형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게 될 것이며, 이는 1차 진료기관의 황폐화와 의사의 대량실직, 그리고 환자의 치료기회 상실로 이어져 의료대란(醫療大亂)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환자측이 의료사고라고 공갈하거나 거액의 금품을 요구하면 해당 의사는 감옥행, 해당병원은 파산의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부실시공의 경우 관련책임자 또는 감독담당관이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기업주가 형사 또는 민사상의 모든 책임을 지게된다. 따라서 부실공사의 경우 기업주가 직접 민·형사의 모든 책임을 지게 하거나 또는 철저한 감리제도를 도입하면 부실공사를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선진국에서는 의료사고의 경우 고의로 일으키지 않는 한 의사가 형사처벌을 받는 일을 생각할 수 없다. 상설 의료사고판정기관도 없는 실정에서 누가 누구에게 의료사고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결론적으로 특별법안은 소수를 위하여 다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마녀사냥법」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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