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정권 뒤집기 위해 옌볜에 혁명기지 추진도"중국 국책연구소의 「북한의 탈북자 및 사회현상 보고서」는 중국에 체류하고 있는 탈북자의 최근 실상을 적나라하게 전하고 있다. 특히 이 보고서는 북한 사회내에 반체제 조직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는 새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보고서는 또 불법 월경자의 규모가 정부 기관의 공식 통계보다 훨씬 많아 북중 국경지대 상황이 간단치않음을 지적하고 강력범죄 발생 등 돌발 사태로 인한 양측 및 남북한과 중국 3국간의 분쟁발생 가능성을 경고했다.
다음은 보고서 요지.
불법으로 우리나라(중국)에 들어 온 조선국민은 우리나라와 조선, 그리고 한국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조선의 경제·식량·에너지 위기는 갈수록 심각하며 곤경을 탈출할 희망도 없고 백성이 조선노동당에 대한 불만과 원한은 깊어지고 있다. 조선의 반정부조직은 이미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다. 관련기관에서 고도의 관심이 필요하다.
●반체제 활동의 조직화
월경자의 성분이 상당히 복잡해졌다. 살기위해 넘어온 굶주린 자가 있는가 하면 조선 정권을 뒤집으려는 자, 조선 정권을 사수하려는 자도 있다. 공개적으로 「반(反) 김정일(金正日) 혁명기지」건설을 선언하고 옌볜(延邊)지역의 한국인, 미국인과 몰래 접촉해 자금을 조달하는 월경자들도 발견했다.
한 불법 월경자는 『먹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내의 반김정일 조직에 의해 파견돼 나왔으며 국내 조직을 위해 활동경비와 기자재 설비를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인민군 현역 군관과 지방당 지도원 등까지 포함된 이 조직의 목적은 김정일 정권의 타도다.
현재는 교육을 통해 민중에 외부세계를 이해시키고 김정일 정권의 거짓말을 밝힘으로써 반항의식을 계발하는 거사 준비 단계라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다. 이 월경자는 『북한에 식량원조도 좋지만 외부세계 이해를 돕기 위해 비밀리에 휴대용 라디오를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증가하는 탈북자
옌지(延吉) 주민 등에 따르면 국경부근 남양 회령 온성 무산 등지에서 매일 수많은 조선인들이 불법 월경하고 있다.
월경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조선쪽 국경부대는 보편적으로 뇌물을 받고 있으며 개인당 중국돈 300원정도 주면 안전왕래를 보장해준다. 어떤 군관장은 연간 3만~8만원을 벌었다고 하는데 방조해 준 불법월경자가 100~260명에 달한다는 의미다. 월경자의 대부분은 20~55세 청장년층이며 그중 대부분이 여성이다.
● 탈북자의 새로운 특징
월경자들은 국경보다는 중국 내륙이, 조선족 거주지보다는 한족 거주지가 더 안전하다고 보고 중국에 들어온뒤 내몽고, 후베이(河北), 산둥(山東)지역까지 들어갈 구상을 하고 있다. 최근 월경 대열에는 평양과 해주 출신도 끼어 있다.
관련기관이 특별히 주의해야할 또다른 상황은 불법자들이 내외(內外)와 결탁하여 조선 부녀자들을 유괴하며 팔아넘기는 것이다. 옌볜지역에서는 중국 돈 2,000~5,000원이면 조선 처녀를 사서 색시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이미 공개된 비밀이다.
● 북한실상
북한의 식량부족은 실로 심각하다. 지난해 청진시와 무산시에서는 모두 4차례 식량배급이 있었고 매번 2일분의 식량이었다. 즉, 365일중에서 8일분만 지급됐으며 나머지는 주민 스스로 해결해야했다.
청진에서 온 어떤 여자는 『여자들이 남편과 아이의 배를 채우기 위해 시골로 가서 식량을 바꾸어 오는데 굶주림과 피로로 인해 많은 사람이 노상에서 굶어 죽는다』고 말했다. 95년 8월부터 98년 5월까지 조선인구 300만명이 감소했다는 황장엽씨의 말은 믿을 만하다.
에너지난으로 조선의 철로(전기기차) 전노선이 마비돼 많은 사람이 먼거리를 걸어서 오갈 수밖에 없다. 해주에서 청진까지 기차로 이틀 걸리는데 현재는 1개월이 걸린다. 일반 주민은 과거 아무말도 못했으나 현재는 국정을 비난하고 심중에 든 원한이나 불만을 발설하고 있다.
/베이징=송대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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