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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의 막전막후] 한국적 변용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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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의 막전막후] 한국적 변용의 승리

입력
1999.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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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변용의 승리, 극단 학전의 「브레히트의 하얀 동그라미」극단 학전의 「브레히트의 하얀 동그라미」는 단지 공산권 작가라는 이유만으로 그동안 허술한 워크숍 무대에서 맴돌았던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1940년작 「코카서스의 백묵원」의 국내 첫 정규 무대다. 브로드웨이 극의 물량 공세에 떠밀려 간과돼 온 우리의 가능성과 저력을 만나게 돼, 더욱 반갑다.

지루한 내란으로 백성이 도탄에 빠져 있던 때라는 점은 비슷하다. 그러나 공간 배경은 외침이 잦던 압록강변으로, 등장인물은 봉선달, 순례, 박포졸, 칠복 등 우리의 필부필녀로 바뀐다.

10명의 배우들이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1인 3역, 1인 6역을 연기해 무대의 인물수는 모두 36명이 된다. 특히 봉선달, 정원사, 재판 청원자, 상인 등 4명의 몸을 천연덕스럽게 드나드는 강신일(39)의 날렵한 변신은 인상적이다.

「간다간다」 「아이 업고 다니느라 부르튼 발 때문에」 등 작곡가 한정림(29)이 새로이 지은 노래 20곡은 「뮤지컬 음악=서구적 팝 또는 세미클래식」이라는 고정관념을 시원스레 깨부순다. 피아노 바이올린 오보에 등 클래식 악기 일곱이 우리의 토속적 선율을 빚어 올리니, 경험 못 하던 지평이다. 95년 이래 「개똥이」 「지하철 1호선」 「모스키토」 등 일련의 작품으로 한국적 뮤지컬에 대한 탐색의 고삐를 바싹 죄어 오고 있는 극단 학전의 저력이 밀려온다.

그러나 한국적 변용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언어 구사는 아쉬움을 남긴다. 북녘의 어투를 따르던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에 때아닌 남도 말씨가 틈입하니, 옥의 티란 이런 걸까. 김석만 연출. 10월 17일까지 학전블루 소극장. 화~금 오후 7시30분, 토·일 오후 4·7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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