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惡材)가 호재(好材)를 구축(驅逐)한다」순항하던 한국경제가 나라 안팎의 암초지대로 빠져들고 있다. 고성장, 저물가에 엔고(高)까지 겹쳐 외형은 더할 나위없이 좋아보이지만 한국경제를 둘러싼 외부환경, 그리고 지표뒤의 속모습은 불안하기 짝이 없는 형국이다. 호재 보다는 악재가 많고, 순기능 보다는 역기능의 위험이 훨씬 커 보인다.
■5대 악재
·고유가와 물가불안
한국경제가 맞닥뜨린 최대 돌발암초는 고유가. 당장 내달부터 소비자들은 「1ℓ=1,300원」의 휘발유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배럴당 1달러 상승시 직접적 소비자물가 상승요인은 0.15%포인트에 불과하나 엄청난 산업파급효과로 공산품 공공요금 개인서비스요금등 연쇄상승이 예상된다.
재경부 관계자는 『두바이원유가 25달러(현 23달러)를 넘지 않으면 경제에 큰 주름살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27~28달러까지 간다는 전망도 많다. 만약 유가상승이 과잉통화 및 물가불안심리와 맞물릴 경우 엄청난 화력의 인플레로 폭발할 수도 있다. 물가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
·대우사태와 금융부실
대우처리 지연시 궁극적 결과는 금융부실증가로 나타난다. 이 경우 30조원에 달하는 대우그룹 금융부채는 부실채권 또는 무수익자산이 될 수 밖에 없어 IMF체제 초기와 맞먹는 금융경색을 겪을 수도 있다. 금융이 제대로 돌지 않으면 그 결과는 기업연쇄도산으로 이어진다.
·금융시장불안
현 금융시장불안의 핵은 투신사다. 비록 투신 구조조정문제는 대우사태로 불거졌지만 이젠 그 자체가 독립된 변수로 남게 됐다.
금리폭등세는 꺾였지만 반등요인은 잠복해있으며 금리폭등 주가하락의 연쇄파장이 빚어질 경우 외국인자금이탈과 환율급등으로 연결돼 끔찍한 「외환불안」의 재연가능성도 있다. 또 자금의 단기부동화 속에 부동산으로의 유입이 가속화, 유가상승 및 인플레와 맞물려 「버블」을 다시 맞을 수도 있다.
·대외신인도 향상 주춤
대우사태이후 외국인주식자금의 증시이탈이 심상치 않다. 7월이후 3개월째 순매도·순유출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관 한빛은행 현대자동차등 굴지의 대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잇따라 해외 주식예탁증서(DR)를 할인발행하는 등 한국물의 「제값받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Y2K 문제가 생길지 안생길지, 생긴다면 어떤 형태가 되고 파장은 얼마가 될 지 전혀 모른다는 점에서 가장 불확실성이 큰 악재다. 설령 무사히 넘긴다해도 연말까지 Y2K 대비를 위한 경제사회적 비용은 엄청나 Y2K 대비용 원유확보수요가 유가급등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을 정도다.
■ 3대 호재
·엔고와 반도체특수
유일한 「서광」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화환율이 달러당 1,200원대에 묶인 상태에서 가파른 엔고는 국내수출업계에 이중의 가격경쟁력 혜택을 주고 있다. 엔고는 미국 대통령선거와 맞물려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수출증대의 최대호기가 되고 있다.
여기에 유례없는 반도체 특수까지 겹쳐 원유가격 상승에 따른 국제수지악화요인을 어느정도 상쇄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개선
그 자체가 부가가치를 창출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국제금융계에서 항상 불안요인으로 남아 있는 남북긴장이 완화한다면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는 그만큼 상승되는 효과가 있다.
·실물경기 회복세지속
3·4분기도 10% 안팎의 고성장이 예상되며 한국은행조사결과 4·4분기 경기실사지수(BSI)가 120으로 나와 연말 경기도 여전히 낙관적이다. 그러나 대우사태 금융불안 물가상승등 암초들에 의해 실물경기의 고속행진은 언제라도 제동이 걸릴 수 있어 지표상의 호조를 과신할 수는
없다.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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