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제작자들이 프로그램에서 추구하는 최고의 목표는 재미와 유익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다. 거기에 시청자의 사랑을 받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10월 4일과 10월 6일 각각 방송 300회를 맞는 KBS 2TV 「체험, 삶의 현장」 과 MBC 「수요예술무대」가 바로 이런 프로그램. 두 프로그램은 화려하지도, 튀지도 않지만 잔잔한 감동을 주며 5-6년 동안 시청자 곁을 지켜왔다.
KBS 내에서 「가장 힘들고 어렵고 더럽다는 3D프로」 로 불리며 연예인과 유명인사들에게 공포의 프로그램으로 통하는 「체험, 삶의 현장」. 유명인들이 노동 현장에서 땀의 가치를 일깨워 주고 소외 이웃도 돕자는 취지에서 93년 10월 첫 방송했다. 지금까지 900여명이 출연했다.
바쁜 일정을 틈타 하루 8시간을 노동해야 하고 일이 끝나면 대부분 몸살을 앓기 때문에 유명인사들이 출연을 기피하는 대표적 프로그램이다. 일의 종류도 분뇨처리에서부터 지하철 청소, 꽁치잡이 등 노동강도가 높은 것 일색. 단골 출연자인 탤런트 조형기, 최종원, 김용건, 안재욱 등은 너무 일을 열심히 해 현장에서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긴 사람들. 하지만 제작진의 오랜 섭외 노력에도 극구 출연을 사양한 연예인도 적지 않다. 소위 잘 나간다는 여자 탤런트와 영화배우들이다.
이 프로그램이 얼마나 힘든 가는 촬영이 끝난 뒤 알 수 있다. 15㎏의 카메라를 하루종일 어깨에 맨 카메라맨과 출연자의 뒤를 따라다니며 연출하는 PD들은 녹화 뒤 하루 이틀은 끙끙 앓는다. 출연자도 마찬가지. 황현정 아나운서는 일을 마치고 난 뒤 몸이 아파 당일 9시 뉴스를 진행하지 못한 적이 있다. 또 개그우먼 이경애는 동해에서 손으로 꽁치잡이를 하다 배가 전복된 일도 있었다. 작가 박제연씨는 『대부분 출연자들이 열심히 일해 보람도 느끼지만 일부 출연자는 게으름을 부려 현장 사람들에게 민망한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출연진이 일당으로 받은 6,000여 만원은 연말에 장애인 시설 등에 기부됐다. KBS 이원용 부주간은 『앞으로 3D 업종의 일터를 다양화하고, 일하는 사람을 연예인 위주에서 탈피, 현장에서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일반인 출연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300회 특집에선 이 프로그램에서 청소부로 일한 바 있는 연세대 황수관 박사와 개그우먼 이경애가 다시 예전의 현장을 찾아 노동하는 모습과 코미디언 이하원, 정명환이 원양어선을 타고 오츠크해로 나가 8박 9일간간 명태를 잡는 과정을 보여준다. 진행자로는 방송 처음부터 조영남과 이경실이 호흡을 맞춰왔다.
93년 4월 첫 방송된 MBC 「수요예술무대」. 음악 애호가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청자들도 사랑하는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이다. 10대 위주의 가요프로와 달리 이 프로그램은 클래식에서 힙합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개해 왔다.
미국 버클리 음대 출신의 재즈 피아니스트 김광민과 가수 이현우가 공동으로 진행하면서 해박한 음악 지식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그동안 라이브의 여왕 이은미, 힙합 붐을 일으켰던 업 타운, 대학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언더 그라운드 그룹 크라잉 너트, 세계적인 소프라노 신영옥에서부터 독일 록그룹 스콜피언스, 영국 뮤지컬가수 사라 브라이트만 등이 이 프로를 빛냈다.
6일 방송될 300회 특집에는 KBS 「이소라의 프로포즈」의 이소라와 SBS 「아주 특별한 사랑」 진행자 윤종신, 가수 양파, 조성모 등의 축하무대가 예정돼 있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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