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서울시내 모 의과대학 강의실. 학생들이 이상한 모양의 안경을 끼고 대형 화면을 응시하고 있다. 잠시후 실내등이 꺼지고 대형화면에는 인체의 내부모습이 입체화면으로 펼쳐진다. 담당교수가 마우스로 위와 심장 등 중요한 장기를 지목하자 위와 심장들은 학생들의 눈앞으로 뛰쳐나와 그 내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팔딱거리는 모습은 산 사람의 심장을 도려낸 것과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선명하다. 교수는 바로 심장수술에 들어가고 학생들은 펼쩍펄쩍뛰는 심장의 실제 모습을 보며 수술과정을 지켜본다.
뉴밀레니엄 시대의 신조류로 급부상하고 있는 가상 현실 (Virtual Reality·VR)을 그려 본 것이다. VR의 세계에서는 단순한 3차원의 이미지가 아니라 실제 물건을 만져보는 것처럼 착각할 정도의 정교한 장면이 펼쳐진다.
VR의 최대 활용분야는 단연 오락. 우선 게임의 세계가 달라진다. 자신이 전장에서 실제 총을 쏘는 현실감을 느낄 수 있다. PC속의 평면적인 화면은 상대방이 화면 밖으로 뛰쳐나오고, 각종 화기나 비행체가 화면 안팎으로 자유자재로 옮겨다니는 3차원의 입체화면으로 바뀐다. VR를 이용한 가상섹스는 부드러운 살결과 숨결, 체온을 느끼게 하며 실제 섹스와 거의 차이가 없는 현실감을 제공한다.
건축에도 많은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VR 모델하우스는 20세기 모델하우스를 능가하는 현실감과 완벽한 입체감과 공간·질감을 제공한다. 물건을 만져보고, 따로 떼내 곳곳을 살펴볼 수 있다.
핵발전소도 핵 원료봉에 실제 들어가 작업을 하는 것처럼 정교한 VR기술로 운영된다. 관광, 레저뿐만 아니라 의학 분야도 VR기술을 이용, 대변혁을 일으킬 전망이다. 영화를 감상할 때도 폭탄이 터지는 전쟁터 바로 옆에서 전쟁을 구경하는 종군기자 이상의 현장감을 만끽할 수 있게 된다.
우보정보기술 박범수팀장은 『VR기술은 기존 3차원 공간감에서 한걸음 더나아가 화면속의 각 개체들이 따로 따로 움직이는 실제 상황과 거의 흡사한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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