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고 행진이 잠시 주춤하고 있다. 27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당 104-106엔의 활발한 탐색전이 거듭됐으나 지난주말의 급격한 상승세는 일단 꺾였다.직접적인 계기는 26일 워싱턴에서 막을 내린 서방 선진국 7개국(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장 연석회담. 회담에서 나온 공동성명의 내용을 둘러싸고 전문가들조차 해석이 분분하다. 미국의 적극적 협조개입 의지를 읽을 수 없다는 지적과 「엔고 우려 공감」이나 「적절한 협력」정도의 표현이면 충분하다는 해석이 교차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인 쪽으로 기울었다. 공동성명이 「충분한 유동성 공급」을 일본 통화당국에 요구한데다 하야미 마사루(速水優) 일본은행총재가 이례적인 특별성명을 통해 「환율변동의 영향을 포함한 적절한 대응」과 「조절수단의 확충」을 밝히고 나섰기때문이다.
일본은행의 이같은 태도는 엔고 불길을 다시 댕겼던 지난 21일의 금융정책결정회의 결과와는 크게 대조된다. 당시 일본은행은 제로금리 정책으로 시장에 1조엔 이상의 잉여자금이 공급되고 있는 현실을 들어 추가적인 금융완화는 효과가 없다는 시각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특별성명에서는 처음으로 금융정책과 환율의 연동 방침을 밝힌 데다 「제로금리 정책의 침투효과를 확실하게 한다는 점에서 조절수단의 확충도 검토한다」고 추가 금융완화를 시사했다.
일본은행이 그동안의 고집을 꺽은 것은 내외의 강력한 압력 때문이다. 미국은 섣부른 협조개입이 자칫 시장에 달러화의 약세를 확인시켜 오히려 자금의 대량유출과 주가 폭락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안고 있다. 따라서 일본의 엔화 공급을 늘려 엔고를 저지한후에야 「강한 달러」를 위한 협조개입에 나설 수 있다고 일본은행을 압박해 왔다.
일본은행의 이같은 태도가 시장심리에 영향을 미치기는 했지만 엔화 강세의 기본 요인은 못된다. 일본의 경기회복 조짐이 뚜렷한데다 미국의 무역적자가 날로 커지고 있는 등 엔화 강세의 기본 요인은 전혀 변함이 없다. 27일 오전 도쿄시장에서 한때 달러당 106.00엔까지 떨어졌던 엔화가 곧 달러당 104엔대로 반발하는 등 도도한 엔고의 흐름을 시장조절만으로 대처하기는 어렵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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