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취제다른 발명에 비해 세계사에 큰 영향을 줬다고 할 수는 없어도 마취제 만큼 인류에게 골고루 혜택을 준 발명도 드물 것이다. 충치를 빼내는 일로부터 본격적인 외과수술에 이르기까지 마취제는 자칫 고문이 될 뻔한 수술의 고통에서 인류를 구원했다.
마취제의 임상적 가능성은 1798년 확인됐다. 당시 영국의 험프리 데이비는 아산화질소를 흡입하면 맥박과 체온이 내려가면서 멋진 황홀경을 경험한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아울러 그는 통증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기능도 있음을 밝혀냈다. 그러나 19세기 초까지 아산화질소는 주로 예술가나 한량들에게 마치 대마초처럼 「특별한 경험」을 위한 오락수단으로 이용됐다.
아산화질소를 수술에 처음으로 이용한 사람은 미국 치과의사인 호레스 웰즈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아산화질소를 자신이 직접 흡입한 뒤 동료 치과의사에게 자신의 이를 하나 뽑도록 했는데, 수술시 전혀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 이에 용기를 얻은 그는 1844년 하버드대학 의과대학에서 공개 수술을 벌였는데, 긴장한 나머지 환자가 충분히 마취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치에 들어감으로써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그는 낙담해 클로로포름을 마시고 자살했다.
공개적으로 마취제 시술이 성공을 거둔 것은 1846년 윌리엄 모톤에 의해서이다. 그는 아산화질소 대신 에테르를 써서 통증없는 수술을 성공리에 마쳤다.
그러나 에테르는 냄새가 너무 강하고 기관지에도 해롭다는 결점이 지적됐다. 에딘버러의 심슨은 1847년 출산 마취에 클로로포름을 이용함으로써 마취제의 새 시대를 열었다.
장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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