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는 해도 둘 달도 둘이라/ 일광에는 인생이 타죽고/ 월광에는 인생이 실여죽읍니다 하니/ 천근량의 무쇠쌀과 활 둘을 대어주며/ 해도 한 개 쏘고 달도 한 개 쏘와라」(제주지방 무속 「초감제」의 노래).해와 달이 둘인 혼돈 세상에서 무쇠 화살로 일월을 쏘아 떨어뜨리는 이 노래는 한반도 창조신화의 한 모습이다. 단군신화와 주몽, 수로, 혁거세, 알지 등은 고대 국가 건국의 모습을 신화의 형태로 들려준다.
하지만 잘 알려진 몇몇 이야기를 제외하면 우리 신화에 대한 연구는 그리 활발하지 못한 편이다. 임재해 안동대 교수나 민속학자 주강현씨 등 몇몇 연구자만이 우리 설화나 무속의 밑바탕에 깔린 상상력의 세계를 재구성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래서 「왜 우리 신화인가」라는 이름으로 올해 초 나온 만주신화 연구서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김재용(원광대), 이종주(전북대) 교수가 쓴 이 책은 우리 신화가 잇대고 있는 뿌리를 만주의 소수민족 신화에서 찾고 「천궁대전」이라는 그 신화를 소개하고 있다. 여성의 성기와 버드나무를 의미하는 창조 여신 「아부카허허라」는 주몽의 어머니 유화 부인의 다른 이름이고, 만주는 물론 우리나라 역대 건국신화에 모습을 달리해서 등장한다는 설명이다. 국내 연구자들이 우리 신화 해석의 폭을 넓히는 의미있는 작업으로 볼 수 있다.
신화의 정기(精氣)나 그 복잡다단한 정치·사회사적 의미망을 창조적으로 재구성해 대중에 내놓는 책들도 드물지만 찾을 수 있다. 김용옥 전 고려대 교수가 낸 창작 신화 그림책 「백두산 이야기」(통나무 발행)나, 소설가 조성기씨가 삼국유사를 소설로 재구성한 「일연의 꿈, 삼국유사」(민음사 발행)는 그런 것들이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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