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없으면 닭을 타고 가지폭력, 마약, 섹스…. 요즘 일탈이라는 단어는 10대라는 말과 어울려 「탈선」의 뜻으로 자주 해석된다. 조선시대에 일탈의 의미는 어떤 것이었을까. 사대부들의 일탈도 그랬을까.
「용재총화」 등 조선초·중기 잡록집과 야담집 등 30군데에서 일화 250여 편을 가려 뽑은 「말이 없으면 닭을 타고 가지」(학고재 발행)는 그 모습을 잘 보여준다. 일화들은 실제로 겪은 일, 실제로 있었던 현상, 실존한 사람의 특별한 이야기들을 말한다.
일화 속 사대부들의 일탈은 미학을 지니고 있었다. 보통 사람의 활동 반경이 하나의 동심원을 이룬다면 일화 속의 주인공들은 그 경계를 어떤 식으로든 벗어나 있었다. 그 방향이나 정도는 조금 다르지만 일탈의 행동과 생각은 보통 사람의 수준을 넘는 것이었다. 어쩌면 선조들의 일탈은 수평적이기보다 수직적이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일탈의 주인공들은 진지한 듯하면서도 홀가분했으며 어두운 듯하면서도 밝았고 비관적인 듯하면서도 낙관적이었다. 진지함에서 홀가분함을 얻고 밝은 곳에서 숨겨져 있던 어두움을 찾아내고, 비관적인 데서 낙관적인 것을 얻어냈다. 조선 사대부의 「일탈」 속에는 오묘한 반전과 변용, 삶을 꾸려간 지혜와 재치, 고민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삶을 아름답게 가꾸고 승화시킨 말(語)의 여유도 있었다.
일화들은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일탈을 구도가 잘 잡혀 있으면서도 넓은 여백을 가진 한 폭의 수묵화처럼 보여준다. 『성희안이 숙직을 하는데 성종이 술과 귤을 하사했다. 성희안이 귤 여남은 개를 소매 속에 넣어 두었는데 술에 취하여 귤을 떨어뜨렸다. 성종은 다음 날 다시 귤 한 쟁반을 내리며 하교했다. 「어제 저녁 희안의 소매 속에 있던 귤은 어버이를 드리려 한 것이므로 다시 주는 것이다」. 희안은 이 일을 뼈에 새기고 임금을 위해 죽기로 했다.
잡다하고 방대한 글 더미 속에서 독특한 미학을 지닌 일화들을 가려 「우회적 일탈」 「위로의 일탈」 「밖으로의 일탈」 「아래로의 일탈」 「심각한 일탈」 「탁월한 일탈」 「기이담」 「애정담」 「말하기와 이야기하기를 극도로 강조한 작품」 등 9가지 가닥으로 정리했다. 이강옥 엮어 옮김.
서사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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