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매출전표를 유령 가맹점 명의로 발행해 불법으로 할인받는 이른바 「카드깡」이 조직폭력배의 주요 「돈줄」로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검이 올해 4월부터 5개월동안 조직폭력배가 직접 운영하거나 영업에 관여하는 고급 유흥업소 6곳을 수사한 결과 이들 업소는 지난 4년간 「카드깡」수법으로 69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수사결과를 근거로 전국에서 1년간 불법 할인된 신용카드 매출액이 1조원, 탈세액이 3,800여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카드깡」은 조세행정의 허점과 허술한 카드가맹점 관리의 현실을 교묘히 이용한 전형적인 탈세 수법으로, 유흥업소와 「카드깡」업자, 유령 가맹점 개설자 등 3자의 조직적인 탈세구조로 이뤄져 왔다.
유흥업소로선 유령 가맹점 명의로 매출전표를 발행, 매출액을 누락시키기 때문에 특별소비세, 부가가치세, 소득세 등 매출액의 35%에 달하는 세금을 피할 수 있다. 매출전표를 할인해 주는 「카드깡」업자들은 카드회사에서 만기에 지불받는 금액과 유흥업소에 할인해 주는 금액간에 차액(매출액의 10%정도)을 챙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유흥업소에서 100만원의 매상을 올렸을 경우 35%의 세금을 내면 65만원이 수중에 들어오지만, 「카드깡」업자에게 13%를 공제하고 넘기면 87만원을 받을 수 있어 22만원을 더 챙길 수 있는 것이다. 「카드깡」 업자는 이 매출전표를 신용카드 회사에 제시하고 수수료 3%를 공제한 97만원을 받아 10만원의 차익을 챙긴다. 유흥업소와 「카드깡」업자 사이에는 매출전표를 수집해 팔아 넘기는 중간 할인업자, 속칭 「대깡업자」가 있어 수익을 나눠 먹기도 한다.
「카드깡」업자는 유령 가맹점 개설자에게 가맹점 한곳당 500만~700만원을 주고 명의를 빌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속칭 「바지」로 통하는 가맹점 명의자는 주로 노숙자, 실업자 등 지불능력이 없거나 이름을 도용당한 사람들로, 보통 2~3개월 전표를 발행하고 명의를 폐쇄하기 때문에 추적이 어렵다. 최근에는 유령 가맹점을 대량 개설해 명의를 빌려주는 전문 조직까지 등장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번에 적발된 유령 가맹점 개설업자 「이성훈파」 등은 최고 74차례 영업허가증, 사업자 사실증명원, 사업자 등록증명원 등을 위조해 가맹점 명의를 팔아 넘겼다. 또 「카드깡」조직 「임채빈파」는 유령 가맹점 명의 13개를 사들여 올들어 넉달 동안 무려 987차례 43억원 상당의 가짜 매출전표를 발행했다.
적발된 조폭 관련 유흥업소들은 「카드깡」외에도 외상매출 누락, 무자료 술 구입 등의 수법으로 거액의 세금을 포탈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김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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