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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강진] 호텔이 무너질듯 '공포의 3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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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강진] 호텔이 무너질듯 '공포의 30초'

입력
1999.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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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아침 7시55분께, 리히터 규모 6.8의 강력한 여진이 난터우(南投)와 타이중(臺中)을 뒤흔들었다. 묵고있던 타이중의 푸화(福華)특급호텔 건물이 무너질 듯 흔들리며 벽이 뒤틀리는 역겨운 소리가 들렸다. 8층 객실 화장실에서 면도를 하다 본능적으로 후다닥 객실을 빠져 나왔지만 비상등을 제외한 불은 모두 꺼져 있었고 엘리베이터도 작동되지 않았다.30초쯤 뒤 흔들림은 멈췄지만 공포는 가시지 않았다. 객실로 돌아와 보니 벽에 서너군데 금이 갔고 시멘트 조각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이번 여진으로 난터우 민지엔샹(民間鄕)의 12층 아파트 1동이 다시 무너졌다. 건물이 뿌리채 뽑혀 옆으로 드러 누우며 아스팔트길을 파고 들어갔다. 쓰러지면서 옆건물 2동을 덮쳤다. 깨진 유리창과 틈으로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 건물옆을 지나가던 행인 6-8명과 자동차 1대가 깔렸다고 한다.

하늘에는 헬기가 날면서 건물 상황을 살폈다. 현장을 구경하던 한 주민은 『무서운 지진이었다. 천지가 진동하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건물이 쓰러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건물속에 사람이 살고 있었는지, 아니면 먼저번 지진때 모두 대피해 비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말했다.

한국구조대가 어제 구조작업을 벌였던 타이중 다리(大里)의 아파트 붕괴현장에서 수색작업을 벌이던 대만 구조대 2명도 여진으로 추락했으나 생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어제 취재겸 통역으로 작업에 참여했던 곳이다. 12층 아파트 단지의 절반이 처참하게 무너져 있었다. 아파트 잔해에 깔린 희생자의 시신도 보였다. 주변은 시신썩는 냄새가 진동했다.

타이중과 난터우의 피해지역은 이재민들의 텐트촌을 방불케했다. 8개의 냉동 컨테이너에는 담요에 싸인 시신이 가득했다. 30도에 달하는 무더위속에 현장에서 즉각 장례가 치러지고 있었다. 지진과 함께 태풍이 연달아 예보돼 자칫 전염병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진 3일후(24일)부터 대만정부는 중장비를 동원해 본격적인 잔해철거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한국팀이 생존자를 구해낸 지역과 기타 외국팀이 수색작업중인 곳은 잠정적으로 철거를 보류하고 있다.

대만정부는 25일 총통 긴급명령을 발령, 복구 및 재건작업에 들어갔다. 정부는 피해지역 재건을 위해 공채발행과 차관을 통해 800억 대만달러(3조1,000억원)를 긴급 조달키로 했다. 긴급명령에 의해 이들 자금은 예산법 등 법적 제한을 받지 않는다.

26일에도 타이베이의 무너진 12층 건물 더미 아래서 지진 발생 130시간만에 2명의 생존자가 극적으로 구조됐다.

마잉저우(馬英九) 타이베이 시장은 이날 치우 펑(25)과 치우 쾅(20) 형제가 기적적으로 구조됐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이들 형제는 매몰된후 부근의 냉장고 속에 있는 썩은 사과를 먹고 현장에 뿌려진 소방용 물과 자신들의 소변을 마시며 살아 남았다』고 밝혔다.

47구의 시체가 발견된 이 건물에는 이날 구조된 두사람외에 3명의 생존자가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정부는 난터우에서 맹활약한 한국 구조대의 현장 투입을 공식 요청해 왔다.

/타이중·난터우=배연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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