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86세대 집단의 정치참여 선언이 여러 차례 언론에 보도됐다. 개인의 정치활동은 전적으로 자신의 자유로운 선택 문제이기에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그 와중에 정작 더 중요한 것이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 그것은 소위 386세대 전체의 정치적 행동에 관한 문제이다.80년대 사회운동을 주도한 386세대는 정치혐오에 가까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제 이 세대가 다시 움직이기에 앞서 확인해야 할 몇 가지 전제가 있다.
첫째, 우리 세대의 시대정신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최루탄가스 뒤집어쓰고 얻고자 했던 목표는 무엇이었나. 사회주의라는 허상 아래 우리가 가졌던 시대정신은 민주주의와 민중에 대한 애정이 아니었을까. 이제 다원적인 적대가 존재하는 변화된 상황에서 친생태적, 반가부장적 가치관을 정립해야 한다.
둘째, 소수 명망가 말고 침묵하는 세대 전체가 일어나야 한다. 값진 청춘을 쏟아부은 깃발이 찢어지고 그 철학의 한계가 드러났을 때, 현실이라는 한파에 하나 하나 스러져 버린 세대. 그래도 도망갈 구멍이 있었던 세대. 이제 800만명이 넘는 이들이 툭툭 털고 일어나 발언해야 한다는 것이다. 투표율이 자꾸만 떨어지는 구미제국과 달리 이것이 가능한 것은 정치와 저항이 왕성한 이 세대의 정치적 동질성 때문이다.
셋째, 힘도 더 키우고 그 과정에서 검증도 받아야 한다. 시대의 과제인 지역감정을 극복하는 유일한 길은 지역감정에 입각하지 않고 진입장벽을 극복한 정치세력이 있을 때 가능하다. 그러기엔 우리 힘이 너무 작다. 아직 기득권 세력의 낡은 정치를 혼자서 정면으로 극복할 수는 없다. 아무리 도둑이 많은 세상이라도 도둑질 안했다는 사실 만으로 정치인의 자격이 충분한 것은 아니다. 자신의 전문성으로 검증받는 과정이 필요하다.
전문인으로, 기업가로, 사회운동가로 또 직업정치인으로 우뚝 서야 한다. 지금은 신중해야 할 때이다. 정치에 참여하기에 앞서 국민의 고통에 둔감한 해바라기 정치인들을 몽땅 심판하는 무서운 유권자집단이 되자. 「386재단」이라도 만들어 개혁적인 정치인을 지원하고, 무엇보다도 빠지지 말고 투표해야 한다. 어느 정치세력이 진실로 개혁적인지 가려내서 냉정하게 심판해야 한다. /오세제 트렌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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