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을 확보하라」Y2K(컴퓨터의 2000년 인식오류)문제가 점차 현실로 다가서면서 전세계 중앙은행에 비상이 걸렸다. Y2K로 금융기관 결제시스템이 마비상태에 빠질 것을 우려한 일반인과 기업들이 「현금사재기」에 나설 경우에 대비, 현금 확보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Y2K문제는 금융시장에 적지않은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Y2K문제에 대한 불안감 확산으로 현금인출사태가 빚어질 경우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일반인들이 현금 확보를 위해 주식과 채권에서 무더기로 돈을 빼가게 되면 주가와 금리도 한바탕 홍역을 치를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미국의 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연말·연초 현금인출사태에 대비해 화폐보유액을 추가로 500억달러 확보, 2,000억달러선을 유지할 계획이다.
보통 3개월치의 화폐발행액을 보유하고 있는 캐나다도 비축규모를 더 추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영국과 일본 등 다른 선진국들도 충분한 현금 확보를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한은은 연초부터 신권발행 등을 통해 10조원대 이상의 현금(발행준비자금)을 차곡차곡 확보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 발권관계자는 『Y2K발생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을 선진국보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은행 창고에 평소때보다 상당히 많은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금융실명제가 전격 실시된 93년 때도 현찰을 들고 있겠다는 수요가 크게 늘면서 현금보유비율이 전분기보다 1.6%포인트 급등, 본원통화가 2배 이상 확대·공급된 경험을 중시하고 있다.
한은은 이와 함께 유동성 부족사태가 발생할 경우 금융기관에 지급 자금 부족액을 즉시 지원해주는 특별대출제도를 11월부터 내년 4월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비상대책을 마련해두고 있다. 또 민간의 현금 수요가 폭증할 가능성에 대비, 금융기관이 현금 인출을 위해 보유하는 현금규모를 예금지급준비금의 50%까지 대폭 늘려 2조원 이상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연구원은 Y2K관련 초과자금수요는 총통화기준으로 연말께 28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22조원 정도의 현금을 추가로 비축해둬야 금리급등 등 시장혼란을 막을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부작용도 예상된다. 금융연구원 최공필(崔公弼)박사는 『신흥시장 전반의 금융결제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확산될 경우 우리나라의 리스크프리미엄이 급등, 외국인들이 투자자금을 빼나가면서 연말에만 20억달러의 자본수지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우사태로 가뜩이나 불안한 금융시장에 Y2K라는 「A급 태풍」이 몰려오는 느낌이다.
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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