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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가족의 가치 깨닫는 추석명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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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가족의 가치 깨닫는 추석명절

입력
1999.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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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국의 명절을, 마치 한국인처럼 즐겁게 보낸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인들이 명절을 어떻게 보내는 지는 오랫동안 보아왔다. 이번 추석도 마찬가지다. 이번에도 한국인들은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조상을 기억했다. 나와 함께 생활하는 한국인 마리스타 수사들도 추석을 가족과 함께 보내기 위해 미리 이것저것 준비했는데 매우 즐거워보였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흐뭇한 생각이 들었다. 뿔뿔이 흩어져 있던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오순도순 이야기 꽃을 피우다니, 얼마나 멋진 풍습인가. 나는 명절때마다 내 고향 멕시코에서 크리스마스나 연말에 가족들이 모이고했던 기억들을 떠올린다.내가 볼 때 추석 등 명절은 일치의 날이다. 신과의 일치, 제사라는 의식을 통한 조상과의 일치, 조상의 산소를 찾음으로써 사람도 죽어 자연에 묻힌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로 인해 깨닫게 되는 자연과의 일치 등등.

한국에서건, 다른 나라에서건 바로 그 일치 속에서 살아가는 가정은 그 자체가 든든한 반석이기 때문에 그 어떤 것이 흔들어대도 쓰러지지 않는다. 가정이 든든하다면 그 사회 또한 쉽게 쓰러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따라서 일치의 날인 추석이 쉽게 잊혀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한국사회에는 많은 변화가 있지만 추석을 통해 가정생활을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번 추석, 고향에 갔다 오느라 많은 사람들이 고생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손에는 고향의 어머니가 정성스럽게 싸준 선물이 있다. 신세대 젊은이들이 추석동안 점차 잊혀져가는 기족의 가치를 깨닫고, 그 가치를 지켜준 기성세대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는지 궁금하다. 또 그들이 고향에 가서 눈에 보이는 선물뿐 아니라 따뜻한 사랑과 정, 좋은 기원… 이런 것들을 부모님께 전해드리고 왔는지도 궁금하다.

/에두아르도 라미레스 라미레스 한국외국어대 서반아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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