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김주덕 변호사·법학박사현행 즉결심판제도는 획기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해마다 100만명 가까운 국민이 경찰서장에 의하여 즉결심판에 회부되는 현실로서는 인권후진국의 오명을 벗을 수 없다. 일제시대에 식민통치의 수단으로서 검사의 소추절차를 배제하고 경찰서장의 재량으로 즉결심판에 회부하였던 불합리하고 비민주적인 제도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커다란 수치다. 어떻게 민주사회에서 경찰서 유치장에 29일까지 감금하여 형벌을 가하는 구류형의 청구권을 비법률가인 경찰서장이 전권으로 행사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처럼 중요한 인권문제를 경미하다고 판단하여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요건과 전문증거의 증거요건에 대한 형사소송법의 규정을 배제한 채 몇 분만에 즉결심판절차가 끝날 수 있는가? 도대체 이해가 안되는 일이다.
대만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도 경찰서장에 의한 소추방식인 즉결심판제도는 이러한 인권침해의 소지 때문에 폐지한 지 이미 오래되었다.
경찰에서는 즉결심판제도를 폐지하면 경미한 사건에 대한 처리절차가 복잡해질 우려가 있고, 전과자를 양산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사법개혁추진위원회안에 의하면 대부분의 경미한 범죄가 범칙금이나 과태료로 비범죄화 됨으로써 오히려 전과자가 줄어들게 되고 부당한 인권침해도 없어지게 되므로 경찰의 주장은 기우에 불과하다.
나아가 비교적 중한 범죄는 철저히 관리함으로써 범죄예방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형법상 엄연히 형벌이 하나인 구류형으로 형사처벌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외국처럼 반드시 검사의 소추에 의하도록 바꾸어야 한다.
21세기를 앞둔 우리는 이제 진정한 적법절차의 준수를 위하여 모두가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사법개혁위원회가 심사숙고 끝에 내놓은 즉결심판제도의 개선방안은 하루 빨리 수용되어야 할 것이다. 일상생활에서의 사소한 일로 경찰서에 끌려가 즉결심판을 받고 구류형을 살게 되는 시민의 입장에서는 결코 경미한 사건일 수 없다. 이를 경미하다고 생각하고 적법절차를 배제하려는 태도는 우리 사회에서 시급히 고쳐져야 할 자기중심의 편의주의적 사고의 표본이다.
■반대/손동권 건국대 교수·형사법
최근 사법개혁위원회는 경미한 형사사건에 대해 경찰서장이 즉결심판을 청구하는 현제도를 폐지하고 청구권자를 검사로 하는 개정시안을 발표하였다. 그런데 이 개정시안은 시대발전에 역행하는 잘못된 구상인 것으로 판단된다.
즉결심판은 경찰서장이 직접 심판하는 제도가 아니다. 경찰서장은 경미사범을 법관에게 회부할 뿐이고, 심판 자체는 법관이 전적으로 행하는 제도이다. 이러한 형식의 재판제도는 영미에서는 널리 보편화되어 있다. 그리고 경미사건에 대해 정규검사가 공소권을 행사하는 나라는 선진국에서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경미사건의 절차는 경찰간부나 비정규검사에게 맡기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더 나아가 선진제국은 경미사건에 대한 사인소추도 널리 인정하고 있다.
검사가 공소권을 독점하여야 한다는 우리나라의 일부 사고와는 크게 다르다. 즉결심판은 경미범죄자를 가능한 신속히 형사절차에서 벗어나게 하자는 데 취지가 있는 제도이다. 이런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종래에는 잘못 운용된 측면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의 운용실태는 바람직하게 나타나고 있다. 올해 통계에 따르면 즉심대상자의 99.4%는 심판기일을 통보받아 귀가조치되고, 0.6%만이 보호상태에서 즉심에 회부되고 있다. 또 대상자의 94.1%가 불출석재판을 받고, 재판을 받더라도 자유형인 구류는 1.1%에 불과할 뿐, 98.4%가 재산형을 선고받았다. 따라서 경찰이 즉심제도를 남용한다는 주장은 이제 거의 설득력이 없다.
그리고 경찰이 단속한 수많은 경미범죄자 모두를 검찰에 송치하여 이중으로 수사받게 하는 것은 일반국민의 불편만 가중시킬 뿐이다. 검사가 경미사건에 대해 이용하는 서면심리의 약식절차는 피의자의 법관대면권을 박탈하므로 즉결심판보다 우월한 제도도 아니다. 또 현재에도 과중한 정규검사의 업무량이 즉결사건까지 끌어 들인다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될 것이다.
그 여파로 중대범죄에 대한 검사업무마저 소홀히 될 우려도 있다. 비정규검사에게 즉결사건을 맡기는 것도 문제이다. 사건송치만 받는 검찰직원이 재판청구권의 행사를 현장의 경찰서장보다 바르게 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국민을 위한 편익증진과는 별 관계없이 경찰수사권 박탈의 전략적 성격이 강한 사법개혁위원회의 개정시안에 찬성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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