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경찰서 형사과 강력4반 박용국(朴龍國·40)경사는 추석선물로 A4용지 8장짜리 유인물 하나를 받았다. 「형사의 건강관리법」이라고 씌어 있는 겉표지를 넘기던 박형사는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박경사가 받은 이 선물은 이 경찰서 형사과장 이영(李榮·50)경정이 직접 만들어 형사과 부하형사들에게 추석을 맞아 나눠 준 것이다.
유인물은 형사들에게 필요한 건강법을 소개하고 건강을 당부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었다. 강력범을 상대할 때 필요한 담력배양법과 총기사용시 긴장완화를 위한 호흡법을 유형별로 나눠 상세히 설명했다. 참선을 통한 정신통일법도 들어있다. 「민생치안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형사 개인의 정신적·육체적 건강이 중요하다」며 「각별히 건강에 유의할 것」을 강조했다.
『명절을 맞아 특별히 줄 것은 없고 마음이라도 전하는 게 상사의 도리인 것 같아서 한 일』이라며 『별거 아니다』고 이경정은 말했다.
선물을 받은 박경사는 『지친 우리에게 위로와 격려가 될 뿐 아니라 상사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어 새롭다』며 『어떤 선물보다 값진 선물』이라고 전했다. 이경정은 올 설날에도 형사과 직원 모두에게 시 한수씩을 선물했었다. 평소 보아두었던 시 한편씩을 골라 일일이 부하직원 이름을 적어 전달했다. 『정서가 메마르기 쉬운 형사들에게 시 한편이라도 한번 읽어보라고 준 것』이라며 이경정은 시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공무원 사회에서 상사에게 명절선물을 주면 주었지 받는 다는건 거의 없는 일 아니냐』는 한 형사반장은 『25년 경찰공무원에 평균 250만원 안팎인 과장 월급인데 어떻게 물건을 선물하겠느냐』는 말도 덧붙였다.
고가의 선물이 오가야만 「제대로」 여겨지는 세태 속에서 「아무것도 아닌」 한 뭉치의 종이선물이 한 경찰서 직원들로부터 흐뭇함을 자아내고 있었다./
정녹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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