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편성과정에서 논쟁이 일었던 사업들이 적지 않다. 또 총선을 앞두고 야당에서 선심성 예산 시비를 제기하는 등 논란이 불거질 사안들도 있어 국회 심의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공무원 연금에 대한 1조원의 재정융자특별회계(재특) 지원은 핫이슈였다. 소관부처인 행정자치부는 1조원의 융자로는 재정고갈과 연금 지출 수요를 충당할 수 없다며 3조원의 보조금을 요청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1조원이라는 거액을 떼일지도 모르는데 연금 개혁조치나 확실한 대책도 없이 공무원 연금에 쏟아붓는 것은 혈세 낭비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올해 공무원 연금에 대한 융자는 2,000억원이었다. 특히 공무원 연금에 대한 대폭적인 지원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무원 임금인상 등 처우 개선책과 맞물려 공직사회의 선심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마저 받고 있다.
이와 관련, 10개 주요분야 예산중 농어촌(4.7%), 사회간접자본(SOC·4.7%), 국방·치안(4.6%), 교육(9.3%) 등 4개가 한자릿수의 예산증가율을 보인 가운데 공무원 인건비 증가율(12.9%)이 두자릿수에 이른 것도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가 벼 재배농가의 소득보전을 위해 1㏊당 매년 25만원씩을 현찰로 주는 쌀 직불제도 논쟁거리였다. 농림부는 이를 위해 총 2,500억원의 예산을 요구했으나 기획예산처는 쌀 재배 면적에 따른 형평성, 밭농사와 논농사, 농민과 도시 영세민간 차별 등을 이유로 내년 예산에 반영하지 않았다.
밖으로 크게 불거지지는 않았지만 국방비 증액규모도 고민거리였다. 예산당국은 올해 재정규모 증가율 수준(5%)의 증액을 희망했으나 올해 사상 처음으로 예산이 깎였던(-0.4%) 국방부측에선 상당폭의 예산증액을 주장, 많은 얘기들이 오갔다. 결국 정확히 5% 인상키로 확정됐다.
교육 분야에서는 중학교 무상교육 도입에 따른 예산지원을 둘러싸고 예상외의 격론이 일었다. 교육 당국에서는 중학교 전체의 무상교육을 주장했으나 예산당국은 총 1조원이 드는 무상교육은 여러 여건상 곤란하다고 버텼다. 결국 서민층과 소외계층 중고생에 대한 신규 학비지원 선에서 타협이 이뤄졌다.
액수는 많지 않지만 박정희(朴正熙)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에 내년에만 100억원의 예산을 주기로 한 것도 논란이 예상된다. 당초 박대통령 기념사업회등에서는 총 700억원의 예산을 요청했고 기념관 건립에만 200억원을 희망했으나 일단 100억원이 책정됐다. 내년에도 추가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보여 아직 역사적 평가나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대대적인 기념사업에 국민혈세가 꼭 들어가야 하느냐는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밖에 금융구조조정을 위한 공적 자금에 대한 예산지원 문제가 충분히 논의되지도 않은 채 어정쩡하게 예산이 잡혔다. 일단 내년 예산에는 이미 계획됐던 64조원의 공적자금에 대한 이자 지급분(5조9,000억원)만 책정됐는데 전문가들은 공적자금도, 예산지원 규모도 턱없이 모자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윤순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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