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님은 몸져 누워 참석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21일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실험실 폭발사고로 희생된 세 젊은 대학원생의 영결식과 추모식에 서울대 총장이 끝내 불참했다.이날 오전6시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영안실에서 거행된 영결식. 이기준(李基俊) 총장이 읽을 예정이던 추도사를 대학원장이 대독했고, 어찌된 일이냐는 질문이 거듭되자 영문을 모르던 서울대 관계자는 『총장님이 몸이 아파서…』라고 말꼬리를 흐리며 난감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학교측은 이미 20일 오후 기자들에게 총장의 장례식 불참을 밝혔지만 빈소에 있던 유족과 학생들은 같은 시각 이총장이 참석할 것으로 믿고 총장이 추도사를 하는 것으로 기재된 영결식 식순안내문을 만들었던 것이다. 영결식 수준은 공과대학장으로 양보했지만 학교의 윗어른으로 책임을 지고 있는 총장이 영결식에서 추도사는 해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학교 관계자가 밝힌 불참 이유는 공대 주관 장례식엔 공대학장이 참석해야 마땅하다는 것. 또 지금까지 학교장은 전례가 없는데다 학내 의견수렴을 거치는 등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려 어렵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유족들은 사고 발생 후 『밤낮없이 학교에서 실험을 하다 비명에 갔으니 순직이다』라며 서울대학교장, 교내 장례식, 총장의 추도사를 요구했었다. 하지만 유족들의 바람은 『전례가 없어 곤란하다』는 학교측의 버티기로 한 가지도 이뤄지지 못했고, 실험실 폭발사고는 서울대 전체의 문제가 아닌 단과대학 차원의 문제로 축소돼 버리고 말았다. 여기에 별다른 일정도 잡혀 있지 않던 총장의 불참은 유족들의 가슴에 두번 못질한 셈
이다. 안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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