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21일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을 무더기로 질책했다. 김대통령은 감청·도청 논란을 비롯해 부산 파이낸스사 사건, 고속철도, 소주세율 홍보, 체불임금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강도높게 꾸짖었다.김대통령은 특히 『이미 지시한 바 있다』고 말해 그동안 현안들을 챙기지않은 관계 장관들을 전전긍긍케 했다. 감청·도청은 법무·행자·정통부이고 고속철도와 붕괴위험 아파트는 건교부, 부산 파이낸스사 사건은 재경부, 체불임금은 노동부가 주무 부서여서 절반 가까운 장관들이 지적을 받은 셈이다. 김대통령의 이런 꾸중은 최근 신당 창당, 공동여당의 합당 논란에다 추석이 겹쳐 어수선한데다 국정감사까지 앞두고 있어 내각의 「군기」를 잡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대통령은 먼저 외국 순방중 국내에서 논란이 된 도청·감청 문제에 대한 대처를 문제삼았다. 김대통령은 『관계 장관들이 진실을 설명하고 고칠 것은 고치겠다는 말을 왜 안했는지 모르겠다』고 통박했다. 장관들이 사실보다 과장되고 왜곡된 내용을 보고도 어떻게 속수무책으로 손을 놓을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면 더 열심히 해야할 내각이나 청와대 비서실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 데 대해 김대통령의 깊은 실망이 배어 있었다.
김대통령은 파이낸스 사건에 대해 『퇴직금을 맡긴 경우도 있는데 정부가 이런 사금융기관을 방치한 것은 사기행각을 묵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관계부처가 감독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필요하면 긴급 입법이라도 해서 신속히 대처하라』고 질책했다.
김대통령은 또 『감사원이 고속철도의 역간 거리측정 오류로 세금이 낭비됐다고 지적할 때까지 관계부처는 무엇을 했느냐』고 추궁했다. 김대통령은 『시정 가능여부를 조속히 문서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소주세율 인상은 국제무역기구(WTO)체제 하에서 불가피하지만 이를 제대로 국민에 설명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체불임금은 지난 국무회의에서 김대통령이 대책마련을 지시한 바 있어 이상룡(李相龍)노동장관은 『추석을 앞두고 남은 이틀동안 전력을 다하겠다』고 허둥댔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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