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새벽 대만을 엄습한 강진은 수도 타이베이(臺北)를 비롯, 전국 곳곳을 폐허로 만들었다. 지진으로 주요 송전탑들이 쓰러져 대만섬의 절반이 암흑속으로 빠져든 가운데 잠자리에서 놀라 밖으로 뛰쳐나온 시민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날이 밝으며 드러나기 시작한 지진의 폐해는 예상을 뛰어 넘었다.특히 진앙지인 난터우(南投)현과 중부지역의 타이중(臺中)시는 막대한 손실을 입고 타이베이에서는 12층짜리 호텔이 붕괴되는 등 인명과 재산피해가 이어졌다. 또 고속도로와 교량이 대거 파괴되는 등 사회간접망이 부분 마비되고 공장, 산업시설도 가동이 일부 중단돼 막대한 경제적 손실도 우려되고 있다.
[지진 발생 및 피해] 대부분 잠자리에 들었던 시민들은 새벽 1시47분(한국시간 새벽 2시47분)께 지축을 흔드는 지진에 놀라 대거 거리로 뛰쳐 나왔다. 곳곳에 폭삭 주저앉은 건물더미 속에서는 『살려달라』는 비명이 터지며 아비규환을 이뤘다. 정전과 함께 엘리베이터에도 수많은 시민이 갇혀 구조의 손길을 기다렸다.
타이베이의 12층짜리 숭산(松山)호텔(객실 78개)은 아래층들이 주저앉았으며 위의 4층만이 남았다. 붕괴된 건물 안에서는 연신 불기둥과 함께 연기가 치솟았으나 구조대원과 주민들은 한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매몰자를 찾고 있었다. 마잉주(馬英九) 타이베이 시장은 이날 학교와 관공서에 임시 폐쇄령을 내렸다.
한편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타이중과 난터우 등 중부지역에는 고속도로 등 접근로가 파괴되고 전화망도 불통, 사실상 외부세계와 단절된 상태이다.
[산업 분야 피해] 지진은 대만 산업 전반에도 피해를 끼쳤다. 반도체 산업의 중심지인 신주(新竹)공단의 생산라인이 마비돼 최소한 6,300만달러의 피해를 입었다고 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일간지 연합만보는 이번 지진으로 인한 피해액은 모두 1,000억 대만달러(32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유나이티드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UMC)의 존 쉬앤 회장은 『이번 지진으로 인한 손실은 지난 7월 20분간 정전사태때 입은 피해 4억 대만달러 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남부 난터우 중랴오(中寮)지역 변전소 시설의 파괴로 북부지역으로의 전력 공급이 중단돼 타이베이를 비롯, 중북부 전역이 거의 정전 상태다. 전기가 복구되려면 이틀은 걸릴 전망이다.
[구조 작업 ] 타이베이는 부상자들을 실어나르는 응급차와 붕괴된 건물의 화재를 진화하기 위한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들로 뒤덮이며 전시상황을 방불케 하고 있다. 구조요원들은 불도저 등 중장비의 도움을 받아 구조작업을 벌였고 군병력과 지원설비도 속속 도착, 구조작업 지원에 나섰다. 그러나 몇몇 건물에 화재가 발생해 검은 연기가 하늘을 덮었고 전선이 끊어져 대만 대부분 지역이 암흑속에 빠짐에 따라 구조작업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리덩후이(李登輝) 총통은 지진발생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신속한 피해복구 및 구호작업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이어 헬기 편으로 피해지역을 시찰한 李총통은 주요 도로가 파손돼 고립된 피해지역에 필요물자를 공급하도록 군부대에 명령했다. 李총통은 또 난터우 현의 2개 병원 영안실이 밀려드는 시신들을 감당하지 못해 일부 시신들이 옥외에 방치되자 인근 지역들에 냉장 보존시설을 지원해 주도록 호소했다.
대만에서는 이날 대지진이 일어난 뒤 9시간 동안 1,011건의 여진이 발생했으며 이중 1건은 리히터 규모 6.8, 21건은 규모 5 이상을 기록한 강진으로 관측됐다. 또 앞으로 수주일 동안 여러 차례의 강력한 여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고돼 생존자 구조및 복구 작업에 상당한 지장이 예상되고 있다.
이번 지진은 광둥(廣東), 저장(浙江), 푸젠(福建) 등 대만섬과 마주보고 있는 중국 해안지방과 홍콩에서도 감지될 정도로 강력했다. 이들 지역들은 지진후 발생할지 모를 해일에 대비했으나 피해는 없었다.
[각국 구호] 대만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이 신속히 전개되기 시작했다. 미국이 21일 911 구조대를 중심으로 한 인명구조팀을 긴급 현지로 파견하데 이어 일본 정부도 피해지역의 복구작업을 위해 긴급구조팀을 파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러시아도 이날 탐색견 6마리를 포함한 약 100명 규모의 구조팀을 파견했다.
타이베이=배연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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