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지진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올들어 지구 곳곳에서 발생한 잇단 대형 지진으로 이미 2만명 이상이 사망, 91년 이후 최대의 피해자를 냈다. 지진의 발생 건수는 큰 변화가 없으나 인구밀집지역을 강타하는 경우가 늘어났기때문이다.지난 1월25일 리히터 규모 5.8의 지진이 콜롬비아의 서부지역을 때려 1,100여명을 숨지게 했는가하면 8월17일엔 규모 7.4의 강력한 지진이 터키 서부지역을 강타, 1만5,000여명의 사망자를 냈다. 또 이달 7일에는 그리스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 100여명의 사망자와 2,000여명의 부상자를 내는 참상이 빚어졌다. 그리스의 경우 규모도 상대적으로 적었고 불과 10여초의 요동에 불과했지만 수도 아테네를 덮친 끔찍한 재해였다.
미 지진정보센터(NEIC)에 따르면 지진 사망자는 96년 419명에 불과했으나 97년 3,065명, 98년 8,928명으로 늘었고 올해에는 이미 2만명 이상이 숨졌다. 지진의 공포가 되살아나고 있다. 90년대 들어서 최대 사망자가 발생한 해는 93년의 1만36명이었다.
지진 발생 빈도는 해마다 약간씩 변동은 있지만 매년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해마다 규모 7.0 이상의 「대형 지진」은 전세계적으로 19회, 지면균열 등 피해가 발생하는 규모 5~7 지진은 920여회, 건물이 흔들리는 것을 감지할 수 있는 정도의 규모 3~5 지진은 5만회 이상 일어난다. 이외에도 약간의 떨림만을 느낄 수 있거나 아예 사람의 감각으로는 느낄 수 없는 지진은 하루에도 9,000여회나 발생한다.
문제는 어느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하느냐는 것이다. 올들어 피해가 급증하는 것은 무엇보다 지진이 인구 밀집지역에서 다수 발생했기때문이다. 1월 콜롬비아 지진의 경우 서부 아르메니아 페레이라 등 3개 도시를 강타했고, 8월 터키 지진은 이 나라 최대 공업도시인 이즈미트 등을 때렸다. 이번 대만 지진의 경우도 전반적으로 인구 밀도가 높기때문에 진앙지를 중심으로 한 도시지역에서 인명 피해가 늘고 있다.
미국의 지진학자 워이버리 퍼슨은 『진원(震源)이 도시의 지하 5~25㎞일때 가장 큰 인명피해를 낸다』며 『인구의 도시집중화가 가속화하는 점을 감안하면 피해 규모가 점점 대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아직 지진 예보의 적중률은 30%를 밑돌고 있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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