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이라는 재앙이 얼어붙은 양얀 관계에 해빙의 실마리가 될 것인가.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은 21일 지진 피해를 입은 대만인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면서 『우리는 가능한 어떤 도움도 즉각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강주석은 이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지진은 대만해협을 사이에 두고 혈육(血肉)으로 긴밀히 연결된 본토인의 가슴도 아프게 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중국 적십자사는 긴급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미화 10만달러와 50만 중국위안(元)의 재해기금을 대만에 전달하기로 결정했다.이에 대한 대만 정부의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대만측이 중국 정부가 제안한 지원의 일정부분이라도 수용한다면 최근 리덩후이(李登輝) 대만총통이 제기한 「양국론」에 따라 고조됐던 양안간 긴장의 파고가 상당히 가라앉을 전망이다. 중국은 자신의 「하나의 중국」 정책에 위배되는 李총통의 발언 이후 대만해협에서의 군사훈련 실시 및 군사력 증강 등을 통해 대만을 「분열주의자」라며 압박해왔다.
실제로 지난달 17일 강진이 엄습한 터키와 3주뒤 지진 피해를 당한 그리스는 상호 지원 등을 통해 구원(舊怨)을 풀고 우방의 길을 다지고 있다. 그동안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을 막아왔던 그리스는 지진외교 이후 협력을 다짐했고 양국 수도인 앙카라와 아테네는 20일 포괄적인 협력협정을 맺으며 손을 맞잡았다. 지진은 아니었지만 한반도에서도 수해를 계기로 남북이 서로 구호물자를 교환하며 긴장의 정도를 낮춘 바 있다.
타이베이=배연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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