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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티첼리가 만난 호메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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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티첼리가 만난 호메로스]

입력
1999.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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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통한 신화읽기-보티첼리가 만난 호메로스서양 문화에서 그리스·로마 신화는 마르지 않는 영감의 샘이다. 시인, 화가, 음악가, 철학자들이 거기서 목을 축이고 작품을 건져올렸다. 화가들도 마찬가지다. 고대 그리스 조각에서 수없이 만나는 신화의 주인공들은 근대 화가들의 화폭에 다시 등장하게 된다. 같은 신화라도 화가에 따라, 또 시대에 따라 달리 해석되고 표현됐다.

노성두(40)씨가 쓴 「보티첼리가 만난 호메로스」(한길사 발행)는 서양 근대 화가들이 그리스·로마신화를 어떻게 그려냈는지 설명한 책이다. 보티첼리, 라파엘로, 티치아노, 루벤스, 푸생, 카라바조, 비안키 등 16∼18세기 화가들의 작품을 다루고 있다. 많은 천연색 도판이 실려있고 맨 뒤에 참고문헌 목록이 꼼꼼하게 붙어있다.

책은 작품마다 우선 신화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음 그 신화를 다룬 문헌과 내용을 소개하고, 고대에서 중세를 거쳐 근대에 이르기까지 신화의 내용과 해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설명한다. 끝으로 그림을 읽는데, 특히 화가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은이는 그림을 분석하면서 그 속에 숨겨진 상징과 시대 정신, 예술가의 영혼을 밝게 들춰낸다. 예컨대 보티첼리가 그린 「비너스의 탄생」을 설명할 때 지은이는 미의 여신 비너스의 탄생 신화에서 출발해, 이를 노래한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의 시를 소개하고, 이어 이 그림을 세밀하게 읽어내는 것이다. 지은이는 독일에서 서양미술사를 공부하고 94년 귀국해 저술에 힘쓰고 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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