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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자금의 여부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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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자금의 여부야빈

입력
1999.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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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해동안 국민회의가 중앙당 후원회를 통해 모금한 정치자금은 294억원이었으며, 이 가운데 87.7%인 257억9,000만원이 47개 기업으로부터 조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회의가 모금한 후원금은 한나라당이 같은 기간에 모은 후원금 21억9,900만원과 비교하면 10배 이상의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권이 바뀌었어도 여야 후원금의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현상은 달라지지 않고있다. 오히려 과거보다 그 편차가 큰 것으로 드러나 염량세태가 더욱 깊어지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정치자금의 여부야빈(與富野貧)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기업들이 여당에만 후원금을 집중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나무랄 수만은 없다. 기업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고, 필요에 의해 후원금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후원금 기부는 정치자금법의 테두리내에서 이뤄진 것이므로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다.

그러나 기업이 순수한 뜻에서 여당에 후원금을 제공한 것이 아니고 「기업의 필요성」 또는 「여권의 압력」에 의한 것이라면, 이런 방식의 후원금 제공도 정경유착의 한 관행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는 있다.

정치권이 새 시대에 부응키 위해 정치개혁을 외치는 상황에서 이런 관행이 지속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재벌개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집권여당이 바로 그 당사자격인 재벌그룹들로부터 후원금의 대부분을 충당받는다는 것은 어딘가 어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기업의 입장에서 본다면 수십억원의 후원금을 내고 은근히 그 반대급부를 바라지 않을 수도 없을 것이다. 기업의 자산순위에 따라 후원금의 액수가 고르지 않고, 왜 특정기업이 많이 내고 적게 냈는가를 따져본다면 그런 정황은 어렵지않게 납득이 갈 것이다. 여당에 대한 후원금 제공과 재벌간의 빅딜이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야당이 문제제기를 하는 것도 이런 점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는 차제에 여야가 정치자금 조달에 대한 획기적인 개선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자 한다. 그 주안점은 후원금이든, 기부금이든 돈의 투명성이 확보돼야 하며, 여야간에 어느 정도 형평성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에 두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현행의 지정기탁금제 대신 중앙선관위에서 일괄적으로 정치자금을 모금, 여야에 배분하거나 외국처럼 쿠퐁제를 도입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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