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말을 빌리면 며칠 전 공연을 한 H.O.T를 「에이치오티」라 부르면 틀림없이 「쉰 세대」고 「에초티」라 해야 「신세대」다. 또 물건사기를 놀이가 아니라 생활로 받아들인다면 그 역시 쉰세대다. 10대들이 꼭 필요한 물건이 없더라도 문방구, 팬시점, 옷가게를 기웃거리는 것을 보면 맞는 말같다.어린 시절을 더듬어 보면 우리 어른들에게도 물건사기가 놀이로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추석무렵이면 「집에 있어라」는 엄마의 말을 못 들은 척하고 엄마 따라 발 딛기도 복잡한 시장거리에 쫓아가 온갖 먹을거리에 눈이 휘둥그레지고 무언가를 사달라고 연신 졸라댔던 것은 장보기를 신나는 놀이쯤으로 받아들였던 때문일 것이다.
「인터넷세상」이 된 요즘에는 경매사이트를 통해 물건사기를 해야 「쉰세대」를 면할 수 있을 것같다. 경매사이트는 값도 싼 편이지만 물건사기를 게임하듯 하는 방식 때문에 20~30대 소비자가 선호한다고 한다. 원하는 물품을 고른 뒤, 표시된 금액을 최저가로 하여 그보다 조금 높은 가격을 불러 입찰하는 구매방식은 다른 입찰자를 염두에 둔 일종의 게임으로 보인다. 각별히 별난 추석상품이 있는 것같지 않지만 「추석선물 인터넷서 사세요」를 내붙인 사이트(shopmadang.com)도, 국내에서 가장 큰 경매사이트(auction.co.kr)도 어제, 오늘 잘 접속이 되지 않는 것을 보면 추석수요까지 있는 모양이다.
인터넷 비즈니스라는 것을 잘 모르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10여 개의 활발한 국내 경매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재미가 없음을 느끼게 된다. 세계 최대의 경매사이트 이베이(ebay.com)가 300만 개의 품목을 갖춘 데 비해 국내 사이트는 많아야 7만 개 정도이니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이베이가 아마존을 훌쩍 제치고 「제1의 e-commerce 사이트」로 올라선 요인-「쇼핑을 놀이로 만드는 정신」이 부족한 데에 있다. 인터넷비평가들은 이베이의 성공은 전체의 10%인 재미있는 물품에서 나왔다고 말한다. 아이젠하워 전태통령이 지녔던 우스꽝스런 여자속옷, 「신골동품」이라 불리는 몇 십년전의 주스 깡통과 장난감과 잡지가 향수를 자극하기도 하고 다락방에나 처박혀 있을 물건들을 상품으로 둔갑시키는 「상품의 연금술」을 보여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베이의 경매사이트가 얼마나 「수지」맞는지, 야후 라이코스에 이어 거대 컴퓨터업체 마이크로소프트까지 며칠 전 경매사이트를 개설했다. 우리 국내 경매사이트들의 분발을 기대한다.
박금자
par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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