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우무대의 「A.D. 2031 제 3의 날들」『다가오는 밀레니엄에는 인간이 인간의 운명을 바꿀 것이다』 TV 화면 가득 생명 복제에 대한 기대와 흥분이 넘친다. 곧 이어 클린턴과 시라크가 심각한 표정으로 생명 복제 실험의 전면 금지 조치를 발표한다. 일본의 복제 송아지는 출생 16시간만에 숨졌다는 보도까지.
극단 연우무대의 SF극「A.D. 2031 제 3의 날들」은 우리에게 남겨진 미래를 지옥(distopia)으로 그리고 있다. 극을 시작하기 앞서 10여분 동안 두 대의 비디오로 방영되는 TV 다큐멘터리(MBC_TV 「PD 수첩」, KBS_TV 「일요스페셜」). 생명공학을 둘러싼 일련의 갑론을박을 보여준다.
이처럼 생명공학, 그중에서도 다음 세기를 뜨겁게 달굴 인간복제의 문제가 우리 연극에서 정면으로 다뤄지기는 이번이 처음.
시간은 2031년. 유전자 지도가 완성돼 난치병이란 말은 사전에서 퇴장할 즈음이다. 공간은 지구촌의 한 거대 도시의 생명과학 연구소. 생명과학연맹의 총장 사사프라스를 둘러싼 불행들이 펼쳐진다. 인간복제는 실패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가능성이 그것.
그가 젊은날의 욕심으로 만들어 낸 누우는 유전적 결함을 지닌 인간이지만, 두뇌는 명민해 자신의 후계로 생각해 둔 터. 그의 약혼녀 웨이, 장기 적출용 인간들 등 각종 인간들이 모두 복제술로 만들어진 인간들이라면….
이 SF극은 시각적 효과가 인상적이다. 철제 빔과 철봉 등 차가움만이 가득한 무대의 전면 양쪽에 각각 1대씩 설치돼 있는 비디오가 그것. 비디오는 각종 영상 자료를 방영하기도, 무대 인물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무대 한켠에 카메라를 장치, 배우가 무대에 서면 TV 화면에 투사된다.
등장 인물들의 이상한 이름은 모두 북미 인디언 언어. 이 작품의 지구적 의미를 강조하는 한편, 자연친화적 삶을 살았던 그들을 그리는 마음이라고 극단측은 설명한다.
이 연극은 시간과 공간 모두 일단은 「지금 여기」를 한참 떠나 있다. 그러나 머잖아 현실로 다가올 지도 모르는 일이다. 장성희 작, 정한룡 연출. 30일까지 월~토 오후 4시30분 7시30분, 일 오후 3시 6시. 문예회관소극장. (02)744_7090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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