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총리는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사이 아니냐』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20일 김대통령이 전직대통령과의 오찬에 김총리가 동석토록 해 위상을 올려 준 것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김총리를 예우하면 할수록, 또 힘을 실어주면 줄수록 김대통령의 위상이 공고해진다는 얘기다.
당초 실무진들이 마련한 참석자 명단에는 김총리가 빠져 있었다. 김대통령이 이를 보고 『김총리 내외를 모시라』고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김대통령이 각별히 김총리를 챙기는 데는 자민련 상황을 고려하고 여권내 변화를 염두에 둔 측면이 있다. 김총리는 내각제 연기 결정을 스스로 내린 이후 적지않은 상처를 입었고 지금도 그 후유증을 겪고 있다. 또한 오리발 사건, 동화은행 비자금 고발사건, 시민단체의 공격 등도 김총리에게 부담이다. 김대통령은 김총리의 상처가 더이상 깊어지지 않도록 하는게 공동정권 전체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 「힘 실어주기」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여권내 화두로 부각된 합당문제와 연결지으면 함축된 의미의 농도는 더 진해진다. 김총리는 최근 국민회의 의원들과 만나 공동여당의 합당에 신축적인 입장을 피력했고 김대통령은 19일 『자민련과 도중에 갈라서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다른 시간에 다른 장소에서 다른 테마로 얘기했지만 김대통령과 김총리의 언급에는 합당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거기에다 김총리의 오찬 참석은 「제비 한마리가 봄을 알리는」 상징일 수도 있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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