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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실사회 축소판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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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실사회 축소판 '대학'

입력
1999.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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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실험실에서 일어난 폭발사고는 안타까운 일이다. 국내 최고수준 대학의 석·박사과정 과학인재 여러명이 희생됐으니 애써 키우고 뒷바라지한 부모들의 애절한 심정은 더 말할 나위가 없고,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다.그러나 여느 사고 때보다 혀를 찬 이들이 많은 이유는 이런 차원을 넘어선다. 이번 사고에서 겉만 선진일뿐 내용은 부실한 우리 사회의 현실을 압축해 보는 듯하고, 그래서 나라의 미래가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모든 일에서 국내제일이라 일컫고 또 자임하는 대학마저 이토록 안전에 허술하다면, 절박하게 외쳐온 사회전체의 안전관리는 앞으로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대형사고 때마다 사회의 안전불감증을 누구보다 준엄하게 꾸짖어온 바로 그 지식사회가 아닌가.

정확한 사고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선 드러난 정황만도 개탄스럽다. 위험물질을 일상적으로 다루는 실험실이 전기배선등 기본시설부터 부실하고, 소화장치와 방호벽 등 방재설비도 갖추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사고와 직결되는 안전수칙도 제대로 교육하거나 지키지 않아, 실험도중 담배를 피우는 경우마저 있었다니 한심하기 이를데 없다. 첨단과학을 연구해 미래사회를 이끌고 가야할 대학도 기성사회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느낌이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이런저런 사정을 얘기하지만, 솔직이 대학사회가 여러 측면에서 혼탁한 바깥사회와 닮은 꼴이 된 탓이라고 본다. 어디 실험실 안전뿐인가. 여러 시설을 눈가림만 하는 것은 물론 시설지원비와 실험실습비 등을 유용하는 대학이 흔하고, 실험실과 부속병원 등에서 유해·오염물질을 몰래 배출하는 등 부실과 불법사례가 수두룩하다.

이 모든 잘못의 행정적 책임은 물론 대학당국과 감독기관에 있다. 그러나 「대학의 양심」으로 대학사회를 올바로 이끌어야 할 교수들의 책임 또한 무겁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서도 안전시설은 대학당국의 소관이지만, 안전의식을 일깨우고 감독하는 일은 교수들의 책임이다. 특히 교수들은 자신들이 공부한 선진국 대학의 부러운 현실을 자랑삼아 얘기하면서도, 우리 사회의 부실과 불법관행이 대학에서도 통용되는 것을 방관하거나 스스로 조장하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이제 대학 구성원들도 사회를 향해 21세기나 새 밀레니엄을 강의하는데 그치지 말고, 스스로 그에 걸맞게 체질과 의식을 개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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