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안정기금조성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대책이 실제로 시장에 반영된 20일 이목은 온통 금리의 행보에 쏟아졌다. 대우사태 이후 두자릿수대 진입에 이어 투신권 환매사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연일 연중최고치를 경신하던 금리가 「평상심」을 되찾게 될지가 관건이었다. 특히 최근 주가하락과 환율상승 등 금융시장 전체 불안의 진원지가 금리였다는 점에서 궁금증은 더욱 증폭됐다. 금리추이가 향후 금융시장의 기상도를 좌우하는 풍향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급등세는 잡았다 이날 채권시장은 급등세가 진정된 가운데 소폭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3년만기 회사채수익률과 국고수익률은 0.01%포인트 각각 떨어지는 등 급등기세가 한풀 꺾이는 양상이었다. 연중최고치 경신과 거래마비상태 등 채권시장을 강타하던 거센 비바람은 일단 멈춘 셈이다. 환매자금 확보등을 위해 급매물을 내놓던 투신사들도 정부 지원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물건을 조금씩 거둬들였다.
그러나 먹구름이 걷힌 것은 아니다. 시장은 일단 두고보자는 분위기.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대책이 어떤 효험을 발휘하게 될지 확신이 안선다는 표정이었다. 시장관계자들은 이번 대책의 내용들이 둑이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해 내놓은 임시방편적인 측면이 많다는 반응을 보였다. 채권시장안정기금 조성 등 정부대책이 얼마나 신속하고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반신반의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거래는 여전히 한산했다.
한자릿수대 진입 가능할까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대책은 채권시장의 최대 문제점인 수급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20조원대에 이르는 채권시장안정기금이 조성되면 확실한 매수세력이 생기는 만큼 금리의 햐향안정세를 유도할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문제는 금리가 어디까지 떨어질지에 대한 궁금증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확실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이헌재(李憲裁)금융감독위원장은 이날 『금리는 아직도 한참 더 내려야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대우사태이전의 한자릿수대 진입까지 금리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정부는 현재 장단기금리차가 유례없이 6%대 이상 벌어진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이같은 기형적인 금리차는 대우사태와 투신권 유동성위기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인만큼 불안심리만 해소하면 장기와 단기금리 간격이 3~4%대의 정상적인 수준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시장관계자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대책이 제대로 약발이 먹힌다 하더라도 한자릿수대 재진입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신증권 이영길(李永吉)채권팀장은 『대우사태가 아니더라도 현재 경기회복속도나 인플레압력요인 등을 감안하면 금리는 이미 두자릿수대에 진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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