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이 20일 공동여당 합당문제에 대한 공론화에 착수했다. 현재 「합당 반대」가 당론인 자민련으로선 의미있는 사건이다. 토론의 물꼬를 텄다는 것 자체가 당론 변경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김종필(金鍾泌)총리가 『합당을 거론하는 사람은 당을 떠나라』고 말했을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이다.합당 공론화의 신호탄은 박태준(朴泰俊)총재가 스스로 쏘았다. 물론 김총리가 합당문제에 대해 『국가차원에서 생각하겠다』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등의 표현으로 공을 당에 넘긴 것이 물꼬를 트는 계기를 마련했다.
박총재는 이날 잇따라 열린 간부회의와 의원총회에서 『현재 우리 당론은 합당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선거제도와 결부해 우리가 가야할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 당론을 결정해야 할 절박한 때가 됐다』고 말했다. 공식회의체에서 합당문제를 논의 해보자는 제안을 처음으로 한 것이다.
이에 앞서 박총재는 이날 오전 간부회의에서도 합당론을 토의 안건으로 상정, 주변을 긴장케 했다. 이양희(李良熙)대변인은 『당론은 합당불가인데, 논의가 이뤄지는 순간 언론 보도가 앞서나갈 것』이라며 논의 중지를 요청했다. 반면 합당론자인 이태섭(李台燮) 한영수(韓英洙)부총재 등은 평소 소신을 피력, 『합당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해보자』고 불을 지폈다. 이긍규(李肯珪)총무가 『합당문제로 분열상을 보이면 임명동의안등의 국회 표결에서 어려움이 많다』고 논의 연기를 주문하자 박철언(朴哲彦)부총재등이 『시간을 두고 논의하자』며 중재를 했다. 결국 간부회의는 합당문제에 대한 본격적 토론을 연기했다.
그럼에도 박총재는 이날 낮 의총에서 『국회 운영에 영향을 주지않는 범위내에서 때가 되면 합당문제를 논의하자』며 다시 합당론을 꺼냈다. 일부 반(反)합당파 인사들이 『오늘 의총에서 토론하자』고 주장했으나 김고성(金高盛)수석부총무는 『28일 의총에서 충분히 토론하자』며 이를 말렸다. 결국 추석연휴가 끝난 뒤 열리는 자민련 의총과 간부회의 등은 합당과 선거구제 등 자민련의 운명과 직결된 문제등을 다루는 대토론회가 될 것 같다. 그전에 벌어질 계파별·지역별 예비토론에서 어떤 얘기가 오갈지에 벌써부터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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