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20일 낮 청와대로 전직대통령 내외를 초청, 1시간 50분동안 우의 넘치는 오찬을 함께 했다. 청와대 박준영(朴晙瑩)대변인은 『아주 분위기가 좋았다』고 전했으며 실제 대화 내용도 최규하(崔圭夏)·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격려, 김대통령의 감사로 하모니를 이뤘다. 동석한 김종필(金鍾泌)총리도 전직대통령과의 인연이 이리저리 깊은 탓에 부드럽게 어울렸다. 화제는 주로 김대통령의 순방 성과, 베를린 북·미합의, 동티모르 문제였으며 복잡한 내정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맨먼저 김총리가 도착, 영접나온 김중권(金重權)실장에게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참석여부를 물은 후 『아마 세 형님 보기가 무서워서 불참한 모양』이라고 뼈있는 조크를 던졌다. 이어 전두환·최규하·노태우 전대통령 순으로 도착했으며 미리 와있던 김대통령은 일일이 맞이한 후 차를 나눴다.
전직대통령들은 강행군인 순방 스케줄, 김대통령의 건강함을 화제로 덕담을 주고받은 후 기념촬영을 했다. 김대통령은 『부인들도 오시죠』라고 말해 참석자들은 부부동반으로 다시 한번 기념촬영을 했다. 이어 오찬장인 인왕실로 이동하면서 노전대통령은 『점심은 먹고 가야지, 물만 먹고 갈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고 이에 최전대통령은 『나는 물만 먹어도 배가 부른다』고 답했다.
오찬장에서 김대통령은 『오늘 와주셔서 대단히 고맙다』며 『정상회의도 다녀왔고 동티모르 문제도 있고해서 보고말씀도 드리고 고견을 듣고자 모셨다』고 인사. 김대통령은 홍순영(洪淳瑛)외교통상장관과 한덕수(韓悳洙)통상본부장에게 APEC 성과를 보고토록 했다. 이어 대화가 오갔다.
전 전대통령 APEC에서의 외교성과는 대단했다. 과거와는 달리 우리가 주도적으로 외교를 한 데 축배를 제의한다.(참석자 모두 포도주로 축배)
김대통령 (베를린 북·미합의와 페리 보고서에 대해 간단히 설명)
노 전대통령 북·미회담의 결과에 대해 처음에는 약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으나 내용이 알려지면서 그런 우려가 다 없어진 것 같다. 북·미회담 등 일련의 대화를 보면서 당사자간 원칙이 존중되는 것 같다고 느꼈다. 이런 일은 우리 외교사에서 평가할 만한 일이다.
전 전대통령 베를린 북·미회담 내용이 미사일발사 중단을 의미하는 것인지.
김대통령 일단 좀더 지켜봐야 하지만 그런 합의에 이르렀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에 북한이 미사일 합의에 이르는 데는 중국도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게 되면 일본내 군국주의, 우익세력에 명분을 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전 전대통령 일본에서는 호시탐탐 무장의 명분을 찾아왔는데 북한이 미사일을 쏜다면 그런 기회를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노 전대통령 (동티모르 문제로 화제가 바뀌자) 이번에 김대통령이 APEC에서 여러 문제에서 주도적인 이니셔티브를 취한 것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교민들이 파병으로 인한 불이익을 걱정하는 것 같더라.
김대통령 파병은 유엔과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공식적인 요청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APEC이 경제협의체이지만 역내에서 야기된 문제를 논의했다. 하비비 인도네시아대통령이 파병을 수용함에 따라 파병을 결정했다. 그리고 유엔이나 우리의 목적이 동티모르에서의 평화 유지다.
노 전대통령 결정을 잘 한 것 같다. 그런 것들을 국민이 잘 알도록 하는게 좋겠다.
최 전대통령 우리나라가 이제까지 외교관계에서 주도적인 리더십을 발휘한 적이 없었다. 점차 우리가 외교적 리더십을 발휘해 가는 것은 좋은 일이고 외교적 성과로도 기록될 것이다. 이런 성과가 결실을 잘 맺도록 됐으면 좋겠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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