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딸들이여, 나래를 활짝 펴라』 지난달 16일 한국언론사상 최초로 여기자출신 사장에 오른 장명수(張明秀·57) 한국일보사 사장. 새로운 밀레니엄을 앞두고 장사장의 취임이 갖는 시대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취임축하연이 20일 오후 6시 서울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각계의 관심 속에 열렸다.축하연에 참석한 여성계지도자들과 각계 인사들은 『장사장 취임이 여성앞에 가려져 있던 장막을 걷어내고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 행사는 새로운 밀레니엄을 앞둔 우리 딸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는 자리』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행사는 장사장의 모교인 이화여대동창회가 주최하고 각 여성단체들이 협조를 아끼지 않을 만큼 여성계의 관심과 기대가 컸다.
행사는 최명숙(崔明淑)동창회장의 인사말, 김총필(金鍾泌)국무총리와 김수환(金壽煥)추기경의 축사, 장상(張裳)이대총장의 격려사, 장사장의 답사, 장재국(張在國)한국일보사회장의 인사말 등 순으로 1시간여동안 진행됐다.
김총리와 김추기경은 축사를 통해 『「언론인 장명수」와 「인간 장명수」를 모두 높이 평가하며 여사장을 배출한 한국일보의 앞날에 큰 기대를 건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장재국회장은 『그의 기자로서의 열정과 능력, 사회적 경륜을 오래 지켜보아왔기 때문에 사장으로 임명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사장의 답사는 「입신(立身)」을 꿈꾸는 여성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듬뿍 실어보냈다. 그는 『54년 창간 당시부터 특별히 여기자를 키워온 한국일보의 전통을 자랑하고 싶다』고 운을 뗀 뒤 『교육받은 여성의 자각과 헌신을 강조하는 모교 교육과 선배들의 강한 정신을 이어 받아 노력한 결과 크고 작은 성차별에 굴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장사장은 그의 말대로 63년 입사 이후 물러서거나 타협하지 않으면서도 문화부장 생활부장 편집국국차장 편집위원 주필을 거쳐 사장에 오르고, 정곡을 찌르는 칼럼을 통해 「장(張)칼」이라는 애칭을 얻을 정도로 빼어난 능력을 발휘해왔다. 이는 성차별을 금기시하는 한국일보의 사풍도 일정부분 기여했지만, 그가 기자로서의 능력을 십분 발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장사장은 이어 『오늘 우리언론의 가장 큰 문제는 언론의 자유를 얼마나 올바르게, 얼마나 자제하며 행사하느냐는 것』이라며 『양식있는 신문, 사회개선에 이바지하는 신문을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신문제작·경영방침을 밝혔다.
『장칼의 사장 취임은 여성의 족쇄들을 제거하는 출발점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그의 입신은 분명 여성들에게 음으로 양으로 에너지를 전달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행사에 참석한 여성단체의 관계자는 장사장을 바라보는 여성계의 느낌과 시각을 이같이 전했다./ ·
김동영기자
dykim@hk.co.kr
이상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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