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그를 이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시키기 위해 사형을 구형합니다』 노동운동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온 사람, 「노동의 새벽」의 시인 박노해(본명 박기평). 무기징역형을 살다 투옥 6년여만인 지난해 8·15 특사로 석방된 박씨가 시와 수필을 모은 책 「오늘은 다르게」(해냄 발행)를 냈다. 옥중에서 썼던 「사람만이 희망이다」에 이어 두번째로 낸 수필집이다.『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제 운동 그만하고 정치하려는 거 아니냐고 물어온다. 하지만 나는 이제야말로 운동을 하겠다고 다짐한다. 지금은 시장권력과 정치권력과 시민사회가 3각 정립하고 있는 시대이기에 운동이 더욱더 중요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아름다운 세상을 일구기 위해, 영혼이 맑은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그는 해야 할 일들을 다짐하고 계획을 설계했다.
그리고 옥에서, 또 옥을 나와서 곰곰히 생각하며 깨달은 것들을 미사여구없이 담백하게 이야기했다.
「새 천년」도 그에게 큰 화두이다. 노동운동가로서가 아니라 더 큰 눈, 더 넓은 시야로 그는 인간 정체성의 위기와 생존의 위태로움을 감지하고 있다. 굶주림의 만연, 핵전쟁의 위협, 정보화·생명복제 등 과학기술 발달의 해악. 그래서 그는 깨어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신부를 기다리는 신랑처럼 등불을 밝히고, 고통을 품고, 물음으로 살고 물음을 그치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을 키우고 또 찾아내는데 그는 큰 희망을 걸고 있다.
「농사꾼에게는/ 흙과 바람이 사상이요// 수행자에게는/ 구름과 물이 사상이요// 운동가에게는/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의 눈물 어린 삶// 그 소박한 꿈과 노동이/ 내 사상의 살과 피다」(「나의 사상」 전문) 감옥문을 나서며 그는 세 가지 운동 원칙을 세웠다고 말했다. 더 이상 지는 싸움은 하지 않겠다, 돈이 되는 운동을 하겠다, 그리고 즐거운 운동을 하겠다.
어떻게 어떤 마음가짐으로? 『신세대들의 빛나는 창의와 구세대의 경륜이 만나야 사회와 인간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찾을 수 있다』고 그는 믿는다. 그는 감수성 넘치는 광고에 탄복했다는 말을 했고, 서태지와 만날 계획도 있다고 기자에게 털어놓았다. 거기서 새로움을 얻고 내년께 문화운동이든, 통일운동이든 어떤 형태의 운동을 펼쳐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죽을 고비를 넘겼어도 박노해는 박노해. 그는 세상의 고된 짐을 벗지 않으려는 타고 난 운동가다.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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