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곳에 옛 집이 있다 /이형권 지음퇴락한 옛 집 마당에 서면 거기 살았던 사람들이 그리워진다. 세월의 물결이 쓸어간 자리, 쓸쓸하고 고즈넉한 풍경은 바람이 되어 가슴 속을 훑고 간다. 무심한 방문객이야 그저 흘끔 지나치고 말겠지만 다정한 눈길은 거기서 이야기를 읽는다. 오랫동안 문화유산 답사를 해온 작가 이형권씨는 옛 집과 옛 마을, 산 속 작은 절을 찾았다. 이 책은 옛집 순례기다. 절, 정자, 종가, 서원 등이 나온다.
글은 낙안읍성 초가마을부터 시작한다. 산등성이를 빼닮은 초가집 지붕이 서로 사이좋게 어깨를 겯고 넉넉한 품으로 사람을 껴안는다고 썼다. 창덕궁 연경당은 젊은 미망인처럼 담담하고 외롭다고 표현했다. 김제의 작은 절 귀신사는 적막해서 좋고 다정하여 편안하며, 박경리 소설 토지의 무대가 된 하동 평사리는 산도 물도 사람들의 속내도 푸르다고 썼다. 지은이는 매끄러운 글솜씨로 옛 집에 서린 이야기의 실꾸리를 풀어내면서 옛 사람의 생각과 살던 방식을 세월의 물결 위로 건져올린다. 여러 장의 사진이 실려있고 글마다 끝에 찾아가는 길을 안내하고 있다.
/오미환기자
**왜 다시 사회주의인가 /송병헌 지음
사회주의는 역사에서 사라지고 말 것인가? 20세기 초 세상을 뒤흔들었던 실험은 100년도 못되는 사이 절반은 실패인 것으로 드러났다. 자본주의의 경제와 신자유주의의 이념이 세상을 압도하고 있다. 하지만 지은이는 사회주의 가치가 사라지지 않았다고 본다. 부강한 나라가 힘없는 국가를 「자유무역」이라는 미명으로 몰아부치고, 불평등의 골이 깊어가는 현실 때문. 「사회적 소유」라는 사회주의의 핵심 이념을 새롭게 끌어들이려는 시도는 그래서 끊이지 않는다.
현실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기 위해 지은이는 사회주의의 실현 방안을 놓고 치열한 격론이 있었던 제2인터내셔널 시기(1889∼1904)로 거슬러 올라갔다. 베른슈타인의 수정주의적 사회주의와 레닌의 국가주의적 사회주의 구상을 비교하면서 90년대에 들어 왜 사회주의 국가가 붕괴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적 소유에서 사회주의적 소유로 이행하는 데 이론이 불충분했고, 아래로부터의 사회주의를 실현하려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율적인 대중참여의 실현을 소홀히 다루었다는 지적. 지은이는 사회민주주의를 염두에 두면서 혁명보다는 평화롭고 철저한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은이는 서강대·경희대 강사. 당대 발행. 1만 5,000원.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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