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빚을 받아내는 사람을 흔히 「해결사」라고 한다. 얼핏 폭력배가 연상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를 「채권추심가」라고 부른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기법을 동원한 「빚받기」는 새롭게 각광받는 사업으로, 또한 어엿한 직업으로 인정받고 있어 이채롭다.서울신용정보㈜ 채권추심1부 이익재(李翼在·39)반장. 지난해 9월 이 회사에 입사한 후 채권회수 1위 자리를 놓친 적이 없는 자타가 공인하는 「추심왕」이다. 매월 그에게 배당되는 추심 건수는 120∼130건. 그는 이중 24∼26건을 처리, 평균 19.8%의 회수율을 기록하고 있다. 동료들의 회수율(10∼15%)에 비하면 단연 돋보이는 실적이다.
『우리 업무는 고도의 심리게임입니다. 강압보다는 감정에 호소하는 설득이 주효할 때가 많아요. 채무관계는 대부분 친한 사이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채무자의 마음 한구석에는 언제나 미안한 감정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빚받기 작업은 채무자의 신상파악에서 부터 시작된다. 또한 채무자의 재산사항 및 변제능력 여부를 추적하는 등 자료수집에만 1개월가량이 걸린다.
『채무자는 오리발형, 배째라형, 회유형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보유재산에 대한 자료제시와 함께 채권자가 처한 처지 등을 설명하며 얘기를 풀어가면 많은 사람들이 돌아서게 됩니다』
재산이 전혀 없는 실업자나 회사가 부도난 경우에는 장기전에 돌입한다. 채무자들의 재산이 없다고 최종 판단되면 매월 수입의 일부를 할부식으로 분납하는 절충안을 제시한다. 법적조치보다는 채권회수가 우선이므로 당사자들이 이 의견에 동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마저도 거부하면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 일명 「저승사자팀」이 출동하는 것이다. 검은 도포에 삿갓을 쓴 3∼4명이 한 조를 이뤄 채무자의 직장이나 거주지를 방문, 「OO원의 빚을 갚지 않은 사람」이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방법으로 채무자들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낸다.
『의뢰에서 처리까지 대개 3개월정도 걸립니다. 물론 당사자의 변제능력이 없다고 최종 판단되면 해결불가 통보를 하게 됩니다』
이반장은 한때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사장님」이었다. 그러나 IMF로 여기저기 돈을 떼이다 보니 회사경영이 어려워졌고 못받은 빚을 받으러 돌아다니다가 아예 직업을 바꾸게 됐다.
『처음에는 해결사라는 이미지 때문에 직업을 밝히기가 꺼려졌지만 이젠 신용사회 정착에 한몫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자부심을 갖게 됐습니다』
염영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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