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299명에서 270명으로 줄이는게 대세였던 국회의원 정수 감축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리려는 움직임이 여야 내부에서 강하게 일고 있다. 『현재의 299명 정수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들이다.의원들의 논리는 다양하다. 여당의 한 초선의원은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들의 인구수 대비 의원수에 비하면 우리 나라 의원수는 그리 많은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한 여당 재선의원은 『현재의 의원 정수 299명은 우리나라 인구수가 2,000여만명일 때 정해진 것으로 지금 인구수가 4,000만명인데 의원수를 줄이자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정치개혁은 의원수 감축보다는 의원들의 자질과 국민의 정치의식 수준 향상 등 다른 방법을 통해 이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원들의 「무언의 압력」은 정치개혁 협상을 맡게 될 여야 총무들에게 이미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민련 이긍규(李肯珪)총무는 8일 소속의원세미나에서 『총무들로선 현재의 의원 전원이 다시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치개혁 협상에 임하겠다』고 말해 의원수 감축 문제가 원점에서 논의될 수도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국민회의 박상천(朴相千)총무도 최근 『총무들간에 사담으로 의원수를 줄이는게 어렵겠다는 얘기를 한 적은 있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그 문제를 논의해 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총무는 최근의 여야 총무접촉에서 『현재의 의원들 분위기에 비춰 보면 의원수를 줄이는 일은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며 어려움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의원수 조정은 정치개혁 논의 초기 단계에서 일찌감치 여야 모두 29명 감축으로 공감대를 이뤘던 사안. 사회 모든 분야의 구조조정 흐름에 「감히」 국회의원들만이 이론을 제기할 수 없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개혁 협상이 마냥 지연돼 여론의 관심이 식어지자 의원들간엔 「도덕적 해이」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 결과중 하나가 의원수 감축 백지화 주장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또 『개혁은 이뤄야 겠지만 동료 의원들의 원망은 받고 싶지 않다』는 여야 지도부의 이중적 심리도 의원들의 「이반」을 부추기고 있는 한 요소로 지적된다. 『결국 여론이 변수』라는 한 여당 중진의원의 말은 『여론만 용인해 주면 의원수는 그대로 간다』는 말로 받아들여져 정치권의 향후 논의 추이가 주목된다. 더구나 일부에서는 『여권 핵심부가 중선거구제·정당명부제를 관철시키기 위해 여야 의원 모두에게 의원수 현행 유지라는 당근을 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관심이다.
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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