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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10대들의 교주 '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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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10대들의 교주 'H.O.T'

입력
1999.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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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인기그룹 H.O.T의 공연도중 수백명의 「오빠부대」가 실신하는 소동이 벌어졌다.공연시작 수시간 전부터 몰려든 10대의 물결은 종일 내린 비에도 불구하고 그칠 줄 몰랐다. 3시간에 걸친 공연에서 4만여명의 오빠부대가 분출시킨 열기는 그들의 「우상」에 대한 열광 이상이었다. 마치 밀교의 교주에게 보내는 신도들의 광적인 환희로 비춰질 정도였다.

사건의 발단은 공연이 한창 무르익을 무렵 그룹의 한 멤버가 현란한 율동 중에 빗물에 미끄러지면서 시작됐다.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는 사고였지만 공연에 몰입해 극도의 긴장상태에 있던 10대들에게 이 일은 「대단한 충격」으로 와 닿았다.

여기저기서 학생들이 졸도해 공연이 끝날 때까지 무려 200여명이 기절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비교적 증세가 가벼워 현장에서 응급조치를 받고 귀가한 경우까지 포함하면 1,000여명의 학생들이 크고 작은 「히스테리성 쇼크」를 일으킨 것이다.

119구급대원과 경찰이 대거 출동했지만 끝없이 실려나오는 학생들을 병원으로 옮기기엔 역부족이었다. 교복차림의 여학생들이 실신한 채 후송을 기다리며 거리에 널부러져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기성세대의 시각을 그들은 오히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또 철없는, 그릇된, 잘못된 10대의 스타사랑으로 치부해 버리려는 것이죠. 이제는 이해해 달라고 말하는 것도 부질없는 것 같아요』 병원까지 실려갔다 막 깨어난 한 여학생의 말이었다. 오빠부대의 이같은 행태는 기성세대의 이해여부를 떠나 「10대들의 문화 양태」로 우리사회에 이미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이주훈기자

ju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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