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공서열」과 「성과주의」를 결합·절충한 이른바 「한국형 연봉제」가 확산되고 있다. 기업들이 임금체계를 연봉제로 바꾸면서도 호봉테이블을 그대로 유지하고 상여금과 연월차수당도 따로 지급하는 것.한국경영자총협회 부설 노동경제연구원이 연봉제를 도입, 실시하고 있는 주요기업 25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연봉조정시 물가인상 등을 고려해 집단적으로 임금을 인상하는 「베이스 업」을 적용하는 기업이 68%(17개사)를 차지했다. 기업들이 연봉제의 본래취지인 성과주의보다는 여전히 직급을 중시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 연봉제를 실시하더라도 정기승급을 하거나(28%) 호봉테이블을 유지하는 경우(32%)가 상당수였다. 원래 연봉제는 호봉테이블과 정기승급이 없는 것이 원칙이지만 직원간 위화감 해소 등을 고려한 조치다. 퇴직금도 대부분의 기업이 기존에 지급해오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고(84%), 연봉대상자의 퇴직금을 중간정산한 기업은 소수(16%)에 불과했다.
연봉대상자의 고용계약을 매년 새로 체결하는 기업은 두산 삼성화재 동부건설 미륭상사 등 4개사에 불과했으며, 대부분(84%)이 고용계약을 갱신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봉변동폭도 대다수 기업(52%)이 10%이하로 운영해 임금불안을 최소화하고 있다.
원래 연봉제의 임금체계는 직무급과 성과급을 합한 직무성과급으로 기본급과 각종 수당, 상여금 등 모든 임금항목을 하나로 통합해 단일 연봉을 구성하는 형태.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연월차수당 직책수당과 시간외수당 등을 연봉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효성중공업의 경우 팀장수당과 자격·면허수당, 지역수당, 식대, 휴가비, 차량유지비, 연월차 수당, 생리수당 등이 모두 연봉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모든 수당이 연봉에 포함된 「완전연봉제」를 실시하는 기업은 98년부터 과장급이상을 대상으로 연봉제를 도입한 현대자동차 등 소수에 불과했다.
직급간 최고연봉과 최저연봉 격차는 개별기업별로 상당한 차이를 보였으나 과장 1년차의 경우 평균 447만원, 부장1년차의 경우 688만원이 차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장급의 경우 많게는 2,000만원까지 차이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연봉격차가 60만원밖에 안되는 기업도 있었다.
연봉제 도입으로 회사 직원들의 태도나 직장 분위기에 변화가 있었다고 응답한 기업은 76%였으며 동기부여나 생산성 향상측면에 성과가 있었다고 밝힌 기업은 72%였다. 하지만 연봉제가 직장내 위화감조성 및 시너지효과 저해 등 부작용이 있어 시스템을 개선하거나 연봉제 실시 자체를 재검토하겠다고 응답한 기업도 68%나 돼 연봉제가 많은 기업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경제연구원 안희탁(安熙卓)박사는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도 연공부분을 무시할 수 없는 직장 정서와 문화적 전통 등을 감안해 많은 기업이 절충형 연봉제를 운영하고 있다』며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와 연봉제에 관한 구성원의 공감대 형성등 연봉제 도입에 보다 신중한 접근과 치밀한 준비와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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