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8월 MBC 라디오 「정오의 희망곡」 에서 흘러나오는 진행자 멘트. 『이제는 시민들이 남의 회사 주차장을 지위만 믿고 자기 마음대로 휘젓고 다니는 대선 후보는 찍지 않았으면 해요』 그리고 이 말은 당시 해당 대선 후보측에서 문제를 삼아 논란이 됐다. 『정도(正道)를 갔을 뿐 입니다』 라고 당당하게 당시를 회고하는 MC 허수경(32).프로그램을 확실하고 명쾌하게 진행하는 그녀는 한국방송 사상 최초로 MBC가 89년 2월에 뽑은 전문MC 1기 출신이다. 『이화여대 체육학과 4학년때 대기업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제 성격상 조직에 얽매여 일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알았어요. 프리랜서 일자리를 찾던 중 MC시험을 봐 진행자 일을 시작했지요』 MC가 된 이유다.
겁없이 방송계에 뛰어든 그녀는 처음에는 역할 없는 보조MC를 맡는가 하면 MBC 프로덕션으로 전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위기는 그녀에게 기회였다. 10분짜리 짧은 프로이지만 그는 현장감있게 진행했고 방송 진행능력을 배웠다.
현재 그녀는 SBS 라디오 「허수경의 해피투게더」를 진행하고 있고 26일 첫방송되는 MBC TV 「비법천하」의 진행자로도 나선다. 그녀는 진행에 있어 생동감을 중시한다. 활기차고 톡톡 튀면서도 막 나가지 않고 경쾌하게 프로를 진행한다. 출연진들에게 끌어낼 이야기가 있으면 『이 이야기가 듣고 싶은데요』라고 직격탄을 날린다.
89년 10월 MBC 「화요일에 만나요」를 시작으로 그녀는 보통 한해 4~5개 프로를 동시에 소화해 낼 정도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그녀는 녹화방송보다 생방송을 선호한다. 『생방송 체질이예요. 녹화방송 때보다 능력의 101%를 발휘하는 것을 느껴요』 남들은 생방송이 긴장돼 부담스럽다는 입장과 전혀 상반된다.
대부분의 MC들이 방송 2~3시간 전에 나와 준비를 하지만 허수경은 그렇지 않다. 방송이 임박해서 스튜디오에 나타나 대본 한번 읽어보고 들어간다. 『대본을 숙지하고 가면 작위적인 기분이 들어요. 제가 앵무새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기민하고 민첩하게 상황에 대처하는 진행 능력이 돋보인다.
천성이 낙천적이고 느긋한 성격으로 좀처럼 실수를 않는 그녀도 방송 실수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94년 MBC「생방송, 아침이 좋다」를 맡고 있었는데 차가 밀려 방송시작 후 15분이 지난 뒤 도착했어요. 식은땀이 흐르더군요. 곧 바로 스튜디오에 들어가 대본을 2~3분에 걸쳐 읽고 방송을 진행했어요. 담당 PD한테 죽도록 혼났지요. 이젠 안늦어요』
대본에도 없는 입바른 소리를 해 혼나는 일도 많다. 『97년 최고의 인기 탤런트 안재욱이 앨범을 냈어요. 가창력있고 기회가 없어 앨범을 못내는 무명가수들이 생각나서 안재욱 노래에 대해 한마디 했는데 팬들이 PC통신을 통해 입에 담지 못할 비난을 퍼붓더군요』
이 사건은 MC허수경에게 확실한 진행자관을 심어줬다. 『침묵하지만 올바른 생각을 갖고 있는 시청자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진행자가 되고 싶어요』
그는 늘 변화하는 시대에 대처하는 MC이다. 『예전에는 템포가 빠르고 말을 똑부러지게 했는데 이제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시청자들에게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주기 위해 조금 천천히, 부드럽게 멘트를 합니다』 진행자 경력 10년이 넘어서 깨달은 사실.
좋은 집안에서 아무 걱정 없이 성장했을 것 같은 그녀이지만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 그리고 힘든 시집살이, 이혼, 유산등 아픈 인생살이를 많이도 겪었다. 『하지만 건강하고 열심히 살고 있어요』 두시간에 걸친 긴 인터뷰였다.
▲주요 진행 프로그램
89년 「화요일에 만나요」(MBC)
90년 「사랑의 퀴즈」(MBC)
91년 「정보 데이트」(MBC)
93년 「도전 추리특급」(MBC)
94년 「미리 가 본 대학」(EBS)
95년 「아침 만들기」(MBC)
97년 「정오의 희망곡」(MBC 라디오)
「스타가 당신을 찾아간다」(SBS)
「스타, 우리가족」(KBS)
99년 「허수경의 해피투게더」(SBS 라디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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