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대란은 없을까」 지난 19일 정부가 내놓은 금융시장 안정대책에 대해 「시장」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특히 채권안정기금 투입과 내년 7월1일로 예정된 채권시가평가제의 유보 등 정부 대책이 주로 투신사의 유동성 지원에 집중돼 있는 등 이상행보를 보이던 금리의 급상승곡선이 어디로 향하게 될지가 관건이다.
전문가들은 채권시장이 안정국면에 접어들면 주가나 환율도 정상적인 시장기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안정으로 가느냐, 아니면 대란으로 가느냐 금융시장이 중대 기로에 서 있다.
■금리에 달렸다
금융시장 안정대책의 성패는 결국 금리의 향방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금융시장의 불안과 「11월 대란설」의 진원지는 채권시장. 대우사태로 부실화한 대우채권에 대한 환매사태가 일면서 투신사는 급격한 유동성위기에 빠져들었다.
갖고 있던 회사채를 내다팔아서 환매자금을 만들어야할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된 것. 채권시장의 가장 큰 매수세력이던 투신사가 힘을 잃게 되면서 채권시장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금리가 연일 연중최고치를 경신하고 거래가 마비되는 등 정상궤도를 완전 이탈했다.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대책은 일단 시장내의 이같은 불안감을 진정시키는데 즉각적인 효험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채권시장안정기금이 조성되면 새로운 채권 매수세력이 생겨 금리급등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던 심각한 수급불균형 현상이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또 공사채형 수익증권을 주식형 수익증권으로 전환하게 되면 대우채권 편입에 따른 손실을 주식편입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고객들의 환매요구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엔고훈풍과 빠른 경제회복 등 수많은 호재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이 「롤러코스터식」 급반등을 거듭했던 것도 금리급등 등 채권시장의 이상기류 때문. 이 먹구름이 걷히면 주식시장에 다시 햇살이 비추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단기처방, 불안한 미래
미래는 여전히 어둡다.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대책이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식의 임시방편에 불과할 뿐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자금사정이 좋은 은행들이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기금을 내놓으라는 대목에 대해 은행권에서는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식 발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권으로 들어오고 있는 돈은 3개월만기 정기예금이나 수시입출금식 등 대부분 단기성 자금에 불과해 언제 빠져나갈지 모르는 돈인데다 대우워크아웃 지원 등으로 가뜩이나 돈 쓸일도 많다』고 강조했다. 자금운용에 여유가 있는 은행이 어디 있겠느냐는 항변이다.
일각에서는 기금조성의 주체와 규모, 시기 등이 불명확하기 때문에 금리안정에 얼마나 기여할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를 달았다.
특히 채권안정기금이 이윤추구 형식으로 운용되지 않고 시장안정책으로만 활용될 경우에는 앞으로 금융시장에 더 큰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규모 환매사태를 막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채권시가평가제의 유보에 대해서도 미온적인 태도다. 채권시가평가제는 국제통화기금(IMF)과 합의한 사항인 만큼 IMF를 어떻게 설득시킬 수 있을지 미지수다. 금리불안에는 경기과열우려와 국제유가급등 및 인플레압력 요인 등 다른 변수들도 작용하고 있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내놓은 정부 대책은 문제해결의 완결편이 아니라 문제인식의 시발점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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