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마련한 「비장의 카드」는 두 가지. 채권시장안정기금을 설립, 채권시장의 공급·수요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과 채권시장의 불안요인이 돼온 채권시가평가제(내년 7월1일 시행예정)를 기존 펀드(180조원가량)에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조치들이 제대로 작동할 경우 11월초까지 금리가 한자릿수로 떨어져 금융시장 불안이 가라앉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채권시장안정기금
최근 채권시장에서 사실상 거래가 중단되고 금리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채권시장에 「팔자」만 있고 「사자」는 실종됐기 때문이다. 채권시장의 최대 사자세력인 투신사들이 환매사태에 대비,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오히려 채권을 팔려고만 하고 이를 사줄 세력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채권안정기금이 투신사들의 채권을 사줄 경우 수요·공급의 불일치가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25조원가량의 자금이 투신권에서 은행권으로 이동하는 바람에 은행들은 이 자금을 콜시장에 연 4.5%의 싼 금리로 운용하고 있다. 은행 직원들이 수익률이 높지만 위험한 채권시장보다 수익률이 낮은 콜시장에 자금을 돌리고 있는 것. 때문에 장·단기 금리차가 무려 6%포인트에 달하는 금리왜곡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은행 보험사등이 20조원가량의 자금을 모아 기금에 출연해주면 기금은 4.5%보다는 높고 10%보다는 낮게 채권에 자금을 운용, 금리를 10%이하로 떨어뜨리고 은행들에게 높은 수익률을 돌려줄 수 있다는게 정부의 복안이다.
■기존펀드 채권시가평가제 배제
정부는 내년 7월1일 시행예정인 채권시가평가제가 투신사의 자금이탈요인으로 작용, 투신사들의 유동성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는 「내년 7월1일이후부터 시가평가로 투자자금을 돌려받는 것보다 미리 장부가로 받는 것이 이득이라고 판단, 내년 7월1일전에 환매에 나설 것이고 정부는 이같은 환매사태를 방치할 수 없어 시가평가제를 앞당겨 시행할 것」이라는 근거없는 시나리오에서 비롯되고 있다. 때문에 180조원에 달하는 투신권 기존 펀드의 자금이탈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아예 투신권 기존 펀드에 대해 시가평가제 적용을 배제,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기존 펀드에 새로 자금이 들어가지않도록 신규설정을 금지해놓으면 기존 펀드는 만기가 돌아오는대로 없어지고 시가평가 대상인 신규펀드만 남게될 것이란 계산이다. 하지만 채권시가평가제는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합의사항이어서 IMF와의 협의가 필요하다.
정부는 이와함께 투신권에 투자자가 원할 경우 기존 공사채형펀드를 주식형으로 전환해주도록 하고 공사채형 사모(私募)펀드, 환매제한 머니마켓펀드(MMF)등 신종펀드상품을 허용, 빠져나간 자금을 다시 흡수할 수 있도록
했다.유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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