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완화후 북한과 우리 정부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북한이 몇주내에 제재완화에 화답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우리 정부도 이번 국면을 남북관계 개선의 호재로 활용할수 있는 전향적인 조치를 강구중이다. 18일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에서도 이같은 방안이 깊숙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제재완화후 현 상황은 순풍에 돛을 단 격이다. 윌리엄 페리 미 대북정책 조정관은 17일 『북한이 수주내에 미사일 발사에 관한 자신의 의도를 분명히 할 것』이라고 말했고 우리 정부도 미사일 발사중지를 표명하는 향후 조치가 있을 것임을 재확인해주었다.
이런 상황에 대한 정부 판단은 긍정적이다. 정부당국자는 『북한이 베를린회담에서 페리권고안을 수용하겠다는 구체적인 의사표시는 없었다』며 『하지만 베를린 타협은 페리권고안에 북한의 호응이어서 결과적으로 북한이 페리안을 수용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미사일중단 표명을 포괄적 협상의 첫걸음이라고 해석하는 정부는 이번 국면을 남북관계 개선으로 유도하기 위한 능동적인 구상을 가다듬고 있다. 『앉아서 기다리지 않겠으며 우리도 나름대로 역할을 할 것이다』라는 당국자의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정부가 현 국면을 남북대화등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검토중인 조치는 크게 인도적 지원 경협 활성화 남북대화재개 분위기 조성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 인도적차원에서는 민간의 대북지원 강화, 출소간첩(미전향장기수)의 북송등이 거론될 수 있을 것 같다. 미전향 장기수 북송에는 북한의 상응하는 조치가 수반돼야 한다는게 지금까지의 입장이었지만 최근 보수계층에서도 무조건 북송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정부는 또 현대그룹이 추진중인 컬러 TV 3만대의 대북 연불수출 허용, 북한 항구내 하역시설 보강사업 추진등도 고려중이다. 이와함께 7월 끝난 남북차관급회담의 재개및 북한이 2월 제의한 남북고위급정치회담 개최등을 위한 분위기 조성 작업도 병행될 것 같다. 이를 위해 차관급회담의 도화선이 됐던 김보현(金保鉉)총리특보-전금철(全今哲)내각참사 비공개라인을 재가동하는 방안, 고위급정치회담 개최를 북측에 촉구하는 방안등이 신중히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조치가 일방적 구애로 끝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몇가지 사항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 이와관련, 정부당국자는 『베를린 타결은 북한이 포괄적 협상의 문고리를 잡은 격이며, 강석주(姜錫柱)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협상테이블에 앉아야 문고리를 열고 방에 들어온 것으로 볼수있다』면서 『그후 강제1부상이 포괄적 협상에 관한 긍정적 의사표시를 해야 페리권고안이 실행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미사일 발사중지후 즉각적인 대응을 하기는 어렵고 강 제1부상이 확실한 입장을 표명할 즈음에야 우리측의 적절한 조치가 가능함을 시사하는 것이다.
결국 남북관계의 다른 사안처럼 이번에도 북한이 향후 미사일 발사 중지를 표시하고 북·미 관계정상화를 논의할 고위급회담, 핵과 미사일 문제를 논의할 전문가회담에서 어떠한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우리측보따리의 윤곽이 드러날 것 같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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