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이 삼각파도에 휩싸이고 있다. 주가, 원화가치, 채권값이 일제히 하락하는 이른바 「트리플 약세」현상으로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대는 모습이다.채권시장은 금리가 연일 연중최고치를 경신(채권값 폭락)하면서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주가가 한때 900선이 붕괴되면서 급등락현상을 보였고 비교적 잠잠하던 환율도 다시 1,200원대를 돌파하는 등 금융시장 전반에 짙은 먹구름이 몰려들고 있다.
금융시장 혼란의 발생지는 대우사태. 재계2위 대우그룹의 갑작스런 구조조정으로 투신사는 유동성위기에 빠져들었다. 부실화 가능성이 많은 대우채권에 대한 무더기 환매요구가 일면서 채권시장의 가장 큰 매수세력인 투신사의 자금흐름에 구멍이 뚫렸다. 이는 곧바로 채권시장의 수급불균형으로 이어졌다. 예상보다 빠른 경기회복과 국제 유가 상승 등으로 갈수록 가시화하고 있는 인플레이션 압력도 금리의 고공행진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여기에 투신사의 공사채형 수익증권의 대우채권 환매비율이 80%로 높아지는 오는 11월 대규모 환매요구로 투신사들이 벼랑으로 내몰릴 것이라는 「11월 대란설」까지 가세, 전체 금융시장의 불안심리를 증폭시키고 있다.
이에 대한 여파로 17일 자금시장에서는 3년만기 회사채 금리가 10.76%까지 치솟았다. 사자세력이 거의 자취를 감춘 가운데 그나마 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한 팔자세력도 매물을 거둬가 채권시장은 사실상 거래가 중단됐다.
채권전문가들은 채권시장의 난기류는 대우 불안감이 완전히 가시기 전까지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3년만기 회사채수익률이 연말까지 최고 12%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을 내놨다.
금리 급등과 투신권 환매에 대한 우려는 주식시장을 흔들고 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주가가 900선 밑으로 추락했다가 급반등하는 등 「롤러코스트식」 행보를 보였다.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그대로 반영한 셈이다. 증시전문가들은 대우사태는 물론 미국의 금리 추가인상과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가능성 등 대내외 악재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만큼 대세상승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외환시장도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원-달러환율은 지난 8월23일 이후 처음으로 1,200원대를 다시 돌파했다. 외환은행 이창훈(李昌勳)과장은 『금융시장 불안으로 외국인들이 주식을 팔고 그 대금을 달러로 바꿔나가고 있는 점이 환율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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