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화의 열악한 현실을 실제 만화가들은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최근 월간 「만화창작」창간호가 마련한 기념 대담 「한국 만화, 이대로는 안된다」에서 이두호 이현세 원수연 등 우리 만화계를 대표하는 작가들은 우리 만화의 정체성 확보를 위한 노력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했다.「임꺽정」의 작가 이두호 세종대 영상만화학과 교수는 『우리 만화가 이런 식의 「일본만화 식민지」로 지속한다면 우리 만화판은 2000년대 초반이면 사라지고 말 것』이라며 『정체성 확보를 위한 정부와 민간 차원의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97년 「천국의 신화」로 「음란만화작가」로 기소돼 3년째 재판이 진행중인 작가 이현세씨는 정부 당국의 검열 문제에 대해 『모든 것을 때려치워 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고 토로하면서도 『이 사안은 판례로 남을 것이고, 개인적으로나 우리 만화 전체를 보아서도 너무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꿋꿋이 버텨갈 것』 이라고 최근 심경을 털어놓았다.
예비 만화작가 및 만화 입문생을 위한 실전지침서를 표방하고 있는 「만화창작」은 스튜디오 에이존과 한국만화문화연구소가 공동기획 형식으로 발행한다. 우리 만화 현실에 대한 다양하고 깊이있는 분석 뿐 아니라 만화학과 지망생을 위한 진학 가이드, 아마추어 만화동아리 소개 등 예비 만화인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정보도 풍성하다. 세종대·상명대를 비롯, 전국의 만화 관련 학과에 대한 입시 정보와 실기시험 경향, 교과 과정 등오 함께 실었다. 국내 대학뿐 아니라 「애니메이터 사관학교」로 불리는 미국의 칼아츠등 외국 대학 정보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또 「우리 만화 그가 지킨다」와 「명작만화의 산실」등 특집을 통해 중견 만화가들의 작업과정을 밀착 취재, 예비만화인들에게 만화가의 현실은 물론 창작과정의 이면까지도 적나라하게 공개하고 있다. 「우리 만화 그가 지킨다」의 첫번째 초대 손님은 일본 유수의 출판사인 고단샤(講談社)가 발행하는 만화 주간지 「슈칸모닝」에 4년에 걸쳐 「호랑이 이야기」를 연재한 작가 안수길(36)씨. 까다로운 일본 독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수 있었던 작업과정의 비결을 소개했다. 「명작만화의 산실」에서는 황석영 원작의 장편 극화 「장길산」의 작가 백성민을 넉넉히 품어 주었던 경기도 퇴촌면 광동리를 찾아간다.
이철주 기획팀장은 『예비 만화가들을 위한 만화창작 강좌 지면을 2배이상 대폭 늘려갈 계획』이라며 『연재만화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존 만화잡지와는 달리 「볼거리」뿐 아니라 「읽을거리」에도 치중해 본격 만화 전문지로 자리매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황동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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