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와 자민련의 합당을 둘러싼 김종필(金鍾泌)총리의 생각이 변하고 있는가. 이달초까지만 해도 합당가능성에 노골적인 거부감을 보이며 고개를 젓던 김총리가 16일『국가차원에서 모든 것을 생각하고 있다. 지켜보자.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내각제 개헌유보를 결정할 때도 그가『국가를 먼저 생각해야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던 점을 감안하면 이날 발언은 예사롭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물론 당사자격인 자민련이나 총리실은 17일『의미부여할 만한 내용이 아니다』고 일단 확대해석의 여지를 차단했다. 하지만 늘 복선을 깔고 말하는 김총리의 어법이나 발언다음날 총리실을 통해 전해진 김총리의 움직임을 감안하면 일과성으로 넘기기 힘든 사건이라는게 중론이다.
김총리는 이덕주(李德周)공보비서관이「JP 합당 첫 시사」로 까지 나아간 언론보도를 보고하면서『합당론이 재점화할 조짐』이라고 보고 했음에도 『또 시작이야…』라고 운을 뗐을 뿐 크게 개의치 않는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이비서관은 『김총리의 표정은 평소보다 훨씬 밝았다』고 설명, 묘한 여운을 남겼다. 며칠전까지 합당론 얘기만 나오면 김총리는 불쾌한 표정부터 지었고 주변 참모들도 덩달아 말문을 굳게 닫았다.
김총리의 합당발언은 많은 해석을 가능케 하고 있다. 우선 자민련이나 측근 참모들이 아닌 적극적 합당론자인 국민회의 초·재선의원들에게 답변하는 식으로 자신의 의중을 드러냈다. 사전정지작업없이 측근들에게 속내를 성급하게 내비쳤다가 홍역을 치뤘던 연내 내각제 개헌유보 결정 때와는 다른 조심스런 접근이다.
시기적으로도 자민련의 총선전략 등 향후 입지가 분명치 않은 상황에서 합당가능성도 열어둠으로써 자민련과 자신의 행보에서 선택의 폭을 넓혔다고 볼 수 있다. 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김총리가 합당여부에 대한 판단이 이미 섰다고는 보기 힘들다』면서도 『합당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 국민회의,자민련이라는 세 변수가 만들어낼 유력한 결과물임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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