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선(新幹線) 고속철도가 출발하는 일본 도쿄(東京)역 19번 플랫폼에는 일본 고속철도의 아버지라 불리는 소고신지(十河信二)의 흉상이 오늘도 오가는 열차를 말없이 바라보며 서있다. 그리고 그 아래 적혀 있는 「일화개천하춘(一花開天下春:한송이 꽃이 천하의 봄을 연다)」이란 글은 20세기 철도 르네상스를 주도한 일본의 고속철도사업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올해는 철도 100주년 기념해로, 18일은 철도의 날이다.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까지만 해도 철도는 국가의 기간교통망으로 큰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자동차 대중화시대를 맞아 철도는 급격히 사양화하기 시작했고, 여객수송분담률 역시 65년 46%에서 95년 24%로 절반이나 줄었다.
한편 일본을 비롯한 독일, 프랑스와 같은 철도선진국에서는 철도가 도시간 물류수송은 물론 도시내의 교통혼잡 문제 해결에도 능동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철도는 대량수송과 신뢰성의 측면에서 현대 도시가 요구하는 대중교통의 특성을 지니고 있고, 도시의 밀집성과 도시간 연계성의 측면에서 우리 국토여건과도 잘 어울리는 이상적인 교통수단이다.
또한 철도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맞아 가장 안전하고 환경친화적인 미래형 운송체계로 평가받고 있다. 대통령의 교통공약 중 「철도를 중심으로 한 간선교통망을 확충해서 경쟁력 있는 교통체계를 구축한다」는 것도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 하겠다.
이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우리의 철도를 다시 살려야 한다. 먼저 시설투자는 한계에 이른 도로 교통혼잡을 해소하는 국가교통계획의 큰 틀 안에서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인원과 기구의 전면 개편과 경영개선을 통해 적정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는 철도의 서비스개선과 신뢰성 향상, 더 나아가 교통분야에서 철도의 역할과 위상을 높이는 효과를 지닌다. 철도 건설과 함께 기존 노선 복선화, 전철화작업을 서둘러 역에 가면 언제든지 기차를 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도록 운행편수를 늘려야 한다.
새로운 승객수요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도시지역 철도를 출퇴근용 광역철도망으로 적극 활용하는 한편, 대도시 지하철과의 연계성을 키워나가야 한다. 또한 고속철도의 범용성을 높여서 기존철도, 특히 호남선과의 연결을 추진하여야 한다.
물류수송 활성화를 위해 표준화와 자동화, 화물정보화를 통한 복합운송시스템을 갖춰 밖으로 찾아나가는 능동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겠다. 정부는 철도가 갖는 공공성을 감안하여 시설투자에 대한 재원을 늘려 시설공급에 대한 숨통을 터주는 한편, 운영상의 만성적자는 민영화를 통해 점차 경영효율성을 높이는 쪽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바야흐로 남북화해협력시대를 맞아 「대륙으로 향하는 철도」를 준비할 때이다. 앞으로 남북한을 연결하는 사다리꼴의 기간철도망은 물류적체 문제를 크게 해소하는 효과는 물론, 중국횡단대륙철도(TC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에까지 자동으로 연결되면서 우리의 활동공간을 무한히 넓혀줄 것이다.
황해를 가로지르는 한·중 철도훼리 신설, 그리고 철도를 통한 남북교통망 연결은 우리가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하는 다원경제체제 속에서 아시아 중심국가로 우뚝 서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한국철도 100년을 맞이하여 국가경제회생을 위한 「산업으로서의 철도」, 민족이 다시 일어서 나아가는 데 정신적 좌표가 될 「후손을 위한 철도」를 그려본다. 새로운 철도 백년은 철도부흥의 시대, 즉 철도의 르네상스가 실현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힘을 합하자./강재홍(姜栽洪) 교통과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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