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金鍾泌)총리가 합당문제에 대해 『국가차원에서 생각하겠다』고 유연하게 언급함으로써 이제 합당여부 및 추진시기를 결정하는 변수는 자민련 내부의 세력분포이다. 합당여부를 결정하는 키는 당의 사실상 오너인 JP가 쥐고있지만 JP가 자민련에 공을 넘긴 형국이라고 할 수 있다.자민련의 대다수 관계자는 『김총리가 합당문제는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뜻을 갖고있는 것』같다고 말했다. 김총리는 틈날 때마다 『모든 문제는 당의 결정과 명령에 따르겠다』고 「당명(黨命)복종론」을 거론해왔다. 현재의 공식 당론은 「합당을 하지 않고 자민련은 자민련의 길을 간다」는 것. 때문에 현재 자민련 의원들의 세력분포를 보면 합당 반대가 합당선호 세력보다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유보입장을 보이는 의원들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합당 선호를 표명하는 의원들도 하나둘씩 늘고 있다.
불과 보름전까지만 해도 한영수(韓英洙) 박철언(朴哲彦)부총재만이 합당론을 언급했으나 최근 수도권의 이태섭(李台燮)부총재도 『국민회의가 추진하는 신당과 자민련이 합당해야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현재 충청권의원 대다수는 합당에 반대하고 있다. 합당을 할 경우 내년 총선에서 자민련 바람의 위력이 약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민련 간판으로는 당선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한 수도권의원들중에는 합당을 선호하는 인사들이 많다. 영남권 의원들도 지역의 반여(反與)정서때문에 자민련 간판으로 당선되기 어렵다고 보고 여권 통합 신당에 참여하는 것과 탈당한 뒤 무소속 또는 한나라당으로 나서는 방안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하지만 합당이 성사될 경우 이탈할 의원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 분석이다. 충청권과 수도권의 일부의원들은 『개인적으로 합당에 반대하지만 JP가 결심할 경우에는 따라갈 것』이라며 『통합신당에서는 JP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동안 합당 불참의사를 밝혀온 김용환(金龍煥)수석부총재 이인구(李麟求)부총재 등을 포함 7~8명의 의원만 합당에 합류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민련은 21일 「21세기 국가발전과 신보수주의」를 주제로 대규모 세미나를 열어 보수대연합의 독자노선 가능성도 검토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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