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대법원장에 최종영(崔鍾泳)전대법관을, 감사원장에 이종남(李種南)전법무장관을 지명한 것은 실천적이고 안정적인 개혁에 비중을 두고 있음을 잘 말해주고 있다.재야적 성향이 지나치게 강하거나 법조계나 관가에서 의외로 받아들여지는 인물을 택하지 않고 탄탄한 경력을 갖춘 검증된 인물들을 택했기 때문이다. 얼마전 위촉한 윤형섭(尹亨燮)반부패특위원장이 대학총장 장관을 역임한 인사라는 점에서도 이같은 인선의 흐름이 재확인 된다.
집권 중반기에 접어든 시점도 감안됐다. 집권 초기에는 질풍노도의 개혁이 통할 수 있지만, 집권 중반기에는 신중하고 내실있는 개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법조계나 감사원은 급격한 변화 보다는 내부 참여를 토대로 하는 안정감있는 개혁이 중시되는 특수 분야다. 참여연대가 강력히 추천한 조준희(趙準熙)변호사가 낙점되지 않은 이유도 이같은 전후사정이 고려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대법원장 지명은 추진력과 개혁적 마인드가 중시됐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최지명자는 현직때 신속한 사건처리를 위한 집중심리제와 영장실질심사제를 도입했다. 또한 유신 시절인 74년 서울 고법 판사로 재직할 때, 선거법위반등 혐의로 기소된 김대중피고인이 낸 재판부 기피신청을 받아들여 큰 파문을 초래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최지명자는 대구 고법으로 전보되고 법복을 벗어야하는 상황에까지 처하는 등 곤욕을 치러 김대통령의 기억에 「의인(義人)」으로 남아 있다. 이감사원장지명자도 원칙을 중시하고 공사구분이 명확하다는 점이 높이 평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지만 지역성도 상당히 고려됐다는 후문이다. 최지명자와 이지명자는 물론 윤형섭반부패특위 위원장 모두 비호남이다.
상당수 현직 판사들이 법원의 세대교체를 바라며 은근히 기대했던 이용훈(李容勳)중앙선관위원장(대법관)은 호남출신이라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윤영철(尹永哲)전대법관도 호남출신에 고시기수가 11회로 높다는 점, 특정회사 고문으로 재직중이라는 사실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신임 대법원장과 감사원장은 대통령 임기 이후까지 재직하게 된다』면서 『김대통령이 자신의 개인적 연고 보다는 중립적으로 국가기강과 법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인사를 택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시드니=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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