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15일 워싱턴 특파원단과의 만찬을 마지막으로 5박6일의 미국순방 일정을 마쳤다. 이총재는 취임 후 첫 해외 나들이인 이번 방문에서 몇가지 소득을 올렸다.무엇보다 이총재는 의외다 싶을 정도로 동포사회의 환영을 받았다. 3개 순방지인 LA·뉴욕·워싱턴 모두에서 유일야당 당수로서의 위치를 확인했다. 최근 동포사회에 광범하게 확산되고 있는 반(反) DJ 정서가 가져다준 반사이익이긴 했으나, 대중적 지지기반은 고사하고 이렇다할 정치적 연고조차 없었던 재미 동포사회로부터 받은 대접치고는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미국사회에 대한 동포집단의 영향력이 무시못할 수준이고 보면, 이는 곧 미국 정계내 「이회창 인맥」 구축의 실마리가 마련됐음을 의미 한다. 실제로 이번 순방에서 이총재는 데니스 헤스털트 하원의장 면담을 성사하는 등, 여권중심인 미국정계 및 관계의 대한(對韓) 접촉의 공식 경계선을 몇차례 허물기도 했는데, 여기에는 동포사회의 이면로비가 큰 역할을 했다. 물론, 한국관련 관계자들이 페리보고서가 미국언론에 사전 브리핑된 사실조차 이총재에게 귀띔하지 않는 등 철저하게 선을 그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한정적 성과」였다.
이총재는 또 헤리티지 재단 등이 마련한 세차례 오찬 연설회를 통해 현 정권을 강도높게 비판, 일정한 여론반향을 일으켰다. 대통령이 정상외교중인 상황에서 당리당략에 얽매인 처신을 한다는 비판이 상당했음에도 국내문제를 국외에서 연일 두들긴 것은 DJ와의 대각 세우기를 위한 계산된 포석이다. 책임있는 야당총재로서 지나친 처신 아니었느냐는 지적은 장기적으로 이총재 자신이 소화해야 할 몫이다.
워싱턴=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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